“제이 이불 개다 말고 멀~ 멍하니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제이가 요즘 이상하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현장에서 늘 긴장에 끊을 놓지 않던 제이는 어느 날부터인가 우두커니 서서 멍하게 서있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멍청이처럼 멍 때리지 말라며 ‘화’로 핀잔을 주었지만 예전 같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건 허탈감이 짖게 배겨진 헛웃음뿐이었다. 일하는 곳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장 편할 수 있는 공간에서 마저 그런 식이였다. 지금처럼 여유로운 주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면서 멍하니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몇 번은 그냥 내버려 두었다. 멍 때려봐야 고작 일, 이십 분 멍 때리고 말 겠지 하지만 어이가 없다는 말이 작을 정도로 한날은 해가 질 때까지 하루를 꼬박 멍하니 있었다. 처음에는 그 하루가 아까워 정신 차리게 만들려 했지만 이제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가끔 겁이 났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이가 떠나간 어떤 곳에서 영영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 이 공간에 붙들게 하고 싶었다.
“제이 무슨... 요즘 왜 그러는 거야 일이 힘들다는 건 알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불이나 마저 개자”
제이제이는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를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의 말을 들으면 어지간하게 일들은 순조롭게 넘어 같으니 말이다. 가끔은 이렇게 수동적이어도 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리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아무렴 어때’라는 작은 말로 내 깔였다. 편했다 누군가에 말에 따라 움직이는 것만큼 편한 것이 없다. 무책임해질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른다. 하지만 지속된 무언가는 건강하게도 하지만 병들게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수동적인 행동은 공허함을 불러왔다. 처음에는 1m에 작은 방에 공허였다. 그러다 그 크기는 점점 커져 어느 커다란 땅덩어리 위에 우두커니 서있는 듯한 공허가 되어 버렸다. 크기 가 커질수록 공허감 이제는 공험감이라고도 단정 지을 수 없는 무언가에 거 빠져나오려면 예전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어렵사리 공허함에서 빠져나올 때면 ‘제이제이’가 화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처음에는 정신이 번쩍이는 천둥이었지만 공허함에 공간이 더 넓어질수록 이곳이 그곳인지 저곳이 그곳인지 구분이 가지 않으면서 그의 목소리가 물속에서 메아리치는 듯했다. 찌릿하는 무언가가 점점 둔해지면서 호흡을 할 수 없는 곳에 호흡을 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편해지고 있었다.
“제이 요즘 왜 그러는 거야? 정, 맛있는 거 먹자”
“제이제이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려는 것 같아”
제이는 제이제이에 눈동자를 유심이 들여 보았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눈시울이 붉어진다거나 콧물을 흘린다거나 하는 눈물을 흘리기 전에 어떤 전조증상이 없었다.
“멀쩡해 보이는데”
“그런가”
제이제이는 이상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볼에 무언가 흐르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제이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요즘 자주 그랬다. 뜬금없이 말이다. 똥을 쌓다. 세면대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손을 씻고 흘린 눈물을 닦기 위해 거울을 보며 아무렇지 않았다. 오랜만에 해를 보고 나서도 길바닥에 누워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를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났지만 정작 거울을 보면 눈물이 흘러져 있지 않았다. 근데 더 이상한 건 그런 경우가 많았음에도 항상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면 이것이 처음 있는 일인 것처럼 느꼈다. 거울을 보고 아니라는 것을 확인 후에야 파노라마처럼 지난날 했던 행동들이 머릿속을 지나쳐 간다.
“제이 또...”
“제이제이 나 진짜 이상한가 봐 이상해졌나 봐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제이가 제이제이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주먹으로 가슴을 툭하고 친다.
“이런 걸로 병원 정신 차려 무슨 병으로 병원을 가겠다는 거야 그냥 넌 몸이 게을러져서 그런 거야 지금이라도 러닝을 하고 나면 상쾌 해지면서 사라질 거야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에 담배 한 목음이면 충분해 병원은 무슨 병원이야”
제이제이에 말이 맞다. 제이제이에 말을 들을 면 머든 순조롭게 넘어 같다. 오늘은 어떤 맛있는 음식에 어떤 술을 먹을 지만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식후에 담배 그것만큼 꿀 조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