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에버랜드를 가기 위해 서울에 같었던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에 입에 여기가 서울이라며 검지 손가락을 가리키는 쪽을 보았던 게 63 빌딩이었습니다. 지구에 외계인이 침공하며 63 빌딩에서 몸인가 팔인가 나오고 한강에서 머리가 나오고 국회의사당에서 뭐가 나와 합체한다는 강아지소리를 들으며 서울에 입성했더랬죠 서울번화가를 걸으며 처음 든 생각은 건물이 너무 높아 목이 아프다였습니다. 세상천지 목을 치켜들어야 건물의 끝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으니깐요. 아무것도 안 하고 길거리를 걷는 것 많으로도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이라는 곳은 모든 것이 크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에 대한 저에 첫 기억이고 감정이었습니다.
어릴 적 제가 살던 곳은 그 도시에서도 가장 낙후된 동네였습니다. 동네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 구성원중 가장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많이 살았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밑바닥이라고 생각하는 직업이 그곳에는 다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것조차 존재했습니다. 이들이 이곳에 모이는 이유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오만을 떨자면 아마도 가장최우선이 되었던 건 집값이 쌉니다. 이 동네를 벋어나 월세방을 구하게 되면 두 배나 세배를 더 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과 같은 존재가 한동네 있는 것만으로도 소외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때로는 나와 같은 사람이 길거리를 걷는 것을 보는 것 만으로 어쩐지 평범한 사람이 된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길거리를 걷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깨를 펼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일 하러 가기가 편합니다. 새벽이면 동네에 풍경중 하나는 동서남북에 있는 공단 회사들 통근버스 수십대가 줄지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궂은일하고 밥 벌어먹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동네에 특이 한 점으로는 외국인들이 많이 삽니다. 어릴 적에는 한두 명 보았던 외국인들이 지금은 한국사람을 찾아보기가 힘이 들정도로 많은 다양한 외국인이 그곳에서 삽니다. 골목골목에 있는 상권들도 그들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추석이나 설날 등 한국 명절날이면 그곳에는 축제현장이 됩니다. 전국에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향집에는 못 가니 자신들 고향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오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파티를 합니다. 처음에는 그 광경이 낯설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어릴 적에는 추석 설날이면 동네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없었습니다. 조금 거짓말을 보태서 도로 한복판에서 놀정도로 차 또한 지나다니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추석,설날이 되면 여기가 외국이라 착각이 들정도로 한국말이 사라집니다. 광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외국인들이 길거리에 나와 술을 마시고 춤을 춥니다. 주민들이 신고를 할법한데 그러지 않습니다. 그럴 사람들은 대부분은 자신들의 고향집으로 같거나 누군가 왔거나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혼자 외로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조금은 사람소리가 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를 더 붙이자면 냄새가 달라졌습니다. 뭐랄까 특유의 향신료라고 해야 하나 이를테면 마늘냄새 김치냄새가 아닌 좀 더 진한 냄새가 납니다.
어릴 적 제가 살던 동네를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창문 너머 보이는 장면들이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분명 내가 살았던 곳이 맞는데 내가 산곳이 아닌듯한 느낌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어쩐지 나중에는 숨은 그림을 찾기 하듯 그것을 알아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멀리 생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바로 알 수 있었으니까요. 바로 하늘이 작아졌습니다. 바로 시야에 보이는 하늘의 크기가 작아졌더군요 예전에는 뻥하고 드넓게 보이던 하늘이 어쩐지 지금은 또 다른 길모 양 되어 버렸습니다. 높은 나무들이 솟아오른 산속을 걷는 느낌입니다.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자면 밤에 산속에 조난을 당할 때 길을 못 찾게 된다면 아래 그러니까 바닥을 보고 걷지 말고 하늘을 보고 걸으면 길이 보이는 거 아시나요 이건 걸어봐야 아~하는 것이기에 자세히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얼릴 적 살았던 동네에 목이 아플 정도로 건물이 쏟아올라 있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저 커다란 건물은 주인은 누구이며 왜 짖는 걸까. 저 커다란 건물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기는 하는 걸까 커다란 건물 아래로 보이는 건물들이 다 늙어버린 난쟁이처럼 보이더군요 점점 저런 건물이 많아지겠지 그리고 우리는 언제인가 하늘을 보지 못할 테야 하늘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저 건물 높이 사는 사람들뿐이겠지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어릴 적 아이들끼리 냉차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환타음료수에 설탕과 물 얼음을 넣어 마시는 음료를 파는 아저씨인데 번데기와 쥐포도 팔았습니다. 어린이 수준에 맞는 사행성 도박을 하며 뽑히면 쥐포 냉차 번데기를 주었습니다. 그래도 꽝은 없었습니다. 냉차는 한잔씩은 꼭 줬으니깐요. 아저씨는 리어카를 동네 이곳저곳을 끌고 당기며 장사를 했더랬죠 하지만 어느 날 살아졌습니다. 이렇듯 기억에는 없지만 무언가가 많이 사라지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