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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넋두리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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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Aug 03. 2024

글루미 선데이

일요일 새벽 4시 눈이 떠졌다 며칠 전 친구에게서 첩정장을 받았다. 오늘이 결혼식인데 이 순간까지도 친구 결혼식장을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 가지 않기로 한다. 조용히 방안 주위를 둘러본다. 적막하다. 간간히 밖에서 자동차가 질주하는 소리가 들린다. 외롭다는 감정을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한 번도 그것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이 외로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외롭지 않다고 이 세상은 즐거운 것만 있는 것이라고 파스텔을 들어 두 눈덩이에 덕지덕지 바르고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새벽 5시 30분 멍하니 유튜브를 보다.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조깅을 했다. 아침 7시 샤워를 하니 배가 고파졌다. 집에는 라면밖에 먹을 것이 없었다. 라면을 두 개를 끓여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낸다. 김치를 담아둔 반찬통을 여니 욕이 절로 나왔다. 김치에 곰팡이가 생겨버렸다. 어릴 적 어머니가 곰팡이만 씻어내고 먹었던 기억이 있어 물로 곰팡이를 걷어내고 먹기로 한다. 하지만 씻어낸 김치를 한입 먹자마자 뱉어 버렸다. 이상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결국 김치는 물을 빼서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버려버렸다. 라면을 김치 없이 먹으려니 아쉬웠다. 8시 햇빛이 좋았다. 커피를 한잔 타먹기로 한다. 믹스커피로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시원했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다. 어제 일했냐고 묻는다. 나는 일했다고 말했다. 거짓말이 늘었다. 백수로 지낸 지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날 유일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다만 모르는 척 해줄 뿐이었다. 9시 가만히 방안에 덩그러니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 자위를 했다. 10시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쌀이 떨어졌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쌀과 몇 가지 요기될만한 것을 같이 주문해 주었다. 아버지를 안 본 지 3개월이 되어간다. 아버지를 보로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11시 웹툰을 봤다. 요즘웹툰은 주인공이 한 번씩 죽다가 살아나야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듯했다. 얼톨당토 않지만 나도 죽다 살아나면 조금은 괜찮은 삶이나 특별한 능력이 생길까라는 상상 망상을 해본다. 13시 점심시간이라 배달앱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통장잔고를 봤다. 그냥 라면을 한 개 끓여 먹었다. 14시 영화를 봤다. 요즘 볼 것이 넘쳐난다 도저히 무엇을 봐야지 모르겠다. 돈만 많다면 평생 이런 식으로 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6시 로또번호를 맞추어 보았다. 모두 안 맞았다. 얼마 전에는 오천원 이라도 돼었는데 요즘은 그것마저 당첨이 되지 않는다. 17시 유튜를 봤다. 유튜브에서 내 나이때 성공한 사람들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가슴이 죄여오고 답답하다. 어쩐지 알 수 없는 불안이 언습해온다. 또다시 세상과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돈다. 18시 술이 생각이 난다. 하지만 유일하게 잘하고 있는 게 술을 마시지 않는 거였다. 담배도 하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마음에 고통이 생기지만 그냥 그대로 나둔다. 그것이 마음에 든다. 19시 잠이 오기 전 가장 정신이 말똥말똥할 때이다. 오늘 무엇을 했는지 생각을 해본다. 또 잉여인간이 잉여시간을 보낸듯하다. 20시 답답한 마음에 일자리를 알아본다. 하지만 아무런 기술도 아무런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일자리는 뻔했다. 일 년 전만 해도 돈만 벌 수 있다면 아무 일이나 해도 상관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부질없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좋게 말해 번아웃이라 말하고 조금만 쉬면 된다고 말하지만 도무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21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별이 많은 하늘이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다. 반짝이는 것들이 꼴도 보기 싫어진다. 22시 휴대폰으로 SNS를 통해 남들의 삶의 옆 본다. 23시 천장을 보며 눈물을 흘려보려 하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먼가 고장이 난 것 같았다. 23시 30분 잠이 오질 않는다. 이상하다. 이때쯤이면 잠이 와야 하지만 오질 않는다. 멀뚱멀뚱 히 두 눈만 뜨고 있는 내가 싫다.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억울함도 있었다. 출세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살았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됐다. 남들은 좀더 좀더를 부를 짖을 때 이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했던게 오산일까 그들은 나보다 열심히 했었기에 더욱 안락한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지만 조금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00시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내일보다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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