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다는 말이 식상하다고 느껴지는 단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여느 연애소설에 나오는 식상하고 상투적인 단어라 생각했습니다. 가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그때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나에 생각을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아마 내 손안에 쥐고 있는 것이었기에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순간에는 왜 몰랐을 까요? 내 손에 잡혀있는 것은 활시위를 벋어 난 화살이라는 것을요. 눈 깜빡하고 뒤돌아보면 벌써 풋풋함은 저만치 있다는 것을요.
풋풋했던 시절 그 누구와도 똑같이 제게도 첫사랑이 있었습니다. 클리셰지만 그 사람은 절 사랑하지 않았어요. 저 또한 지금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만 해도 전 그 사람을 사랑이라 느꼈습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에서 엄청 난 힘이 있었더랬죠 그래서 집착 비슷한 사랑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절 관심정도의 마음만 보였어요. 지금은 남들이 두는 장기를 보는 것같이 모든 상황이 보이지만 그때만 해도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더랬죠 조그마한 관심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걸 수 있었어요. 그 사람과 몇 년 동안 만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기억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 날거라 생각했지만 상상한 것처럼 한 여름밤에 먹는 바닐라맛 소프트아이스크림 같은 추억으로 떠오르지 않더군요. 뭐랄까 스프를 넣지 않은 꼬들한 라면을 먹는 기분이랄까 글을 적어놓고도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인연 중에 한 사람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사람 온전히 아무런 구속이 없는 완벽한 타인으로 만난 그 사람 유일무이하게 날 사랑해 줬다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던 그 사람... 평범한 주말 오후 영화관람시간이 한참남아 커피숍에 앉아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에어컨바람이 너무 쎄 따듯한 블랙커피를 홀짝이며 아무런 대화 없이 않아있었더랬죠. 항상 그랬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말이 없었어요. 그럼에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통하는... 그렇게 커피를 홀짝이다 그가 휴지티슈에 볼펜이 어디에서 났는지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티슈를 반틈 접고는 나에게 말했어요. “집에 가서 잠들기 전에 봐” 전 하루종이 티슈의 내용이 궁금했어요. 그 사람을 집에다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몰래 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말한 대로 하고 싶었어요. 집에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서 문자를 주고받고 잠들기 전 반이 접힌 티슈를 펼쳐보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적혀 있었죠...
너무 더운 하루입니다. 온몸에 땀이 비 오듯이 흘러 입고 있던 옷이 빨래를 한 것처럼 젖어 버렸어요. 너무 힘이 듭니다. 너무 고단합니다. 서정주의 시인의 자화상에 나오는 병든 수캐처럼 말이죠 그러다. 아차하고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누군가의 얼굴들이 겹겹이 스쳐지나갑니다. 룰렛이 돌아가는 판처럼요. 부모님 다음으로 늘 그 사람이 걸립니다. 커피를 홀짝이던 그 순간으로 항상 돌아갑니다. 그리고 어쩐지 침대가 아닌 그 자리에서 티슈를 펴 봅니다.
‘OOO아~ 항상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한 번은 혼자서 바다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바닷물에 빠져 목 끝까지 몸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노을 진 하늘을 발아 봤습니다. ‘벅차다’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바닷물이 짜서인지 바람 때문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흐릅니다. 어떤 시간이 교차됩니다. 그리고 눈물이 흐릅니다. 저도 모르게...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네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