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토

by J팔

매미가 운다. 매미가 우는 소리 많으로도 등줄기에서 땀이 맺혀 흘러내리는 것만 같다. 찌르는 듯한 햇빛 여름날에는 이상하리만큼 피냄새가 짙게 풍기는 듯하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오묘한 계절이다. 봄과 가을은 무심하게 지나가버려 어떠한 감정이 생기지 않고 겨울이 추워서 그런 것인지 겨울특유에 잿빛 때문에 그런 것인지 오히려 무미건조해진다. 오색이 찬란하고 방실방실 되고 무언가 될 것 같은 계절에 머릿속에 벌레들이 똬리를 틀면 귓속에서 누군가 속삭인다. 망가트리라고 말이다.

삐뚤어져 버린 인간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 비틀림에는 웃음이 나고 누군가에 반듯함에는 시기 질투를 넘어 망가트려 버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한가득 차오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대부분사람들이 싫어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쾌락일지 모른다.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일은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시간낭비이며 생상적이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 인간이라는 군상을 파악해야 하고 나름에 공부와 괴롭히고자 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주변에 역학관계 또한 공부를 해야 하고 말이다.

혹시 당구를 잘 치는가 나는 ‘선’을 지키며 누군가에 괴로움을 보고 싶다면 당구를 하듯 해야 한다. 각도 힘 구도 회전 등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정확한 예술을 만드는 거다. 이런 날 보며 왜 그렇게 까지 사람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 났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바보입니까라고 묻고 싶다.

말하지 않았는가 누군가에게는 수학문제가 그 어떤 쾌락보다 최고에 쾌락을 준다고 말이다.

<강에 투신했습니다.... 중략 회사 내 따돌림... 중략 가해자들은... 중략>

웃음이 나온다. 이런 종류에 기사를 볼 때면 당구를 잘 치네 하는 깊은 어떤 것이 느껴진다. 깊은 속사정은 더 들여 봐야 하겠지만 몇몇은 마녀사냥을 당하는 사람은 그저 바지사장 같은 느낌일 때가 있었다. 진짜 진짜 마녀들을 벌써 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한 채 자신에 집으로 숨어들기 바쁘다 빗자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 아무도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것은 그것은 그 무엇도 아닌 그저그런 류가 되는 것이기에 그 무엇도 아닌 거다.

여름에는 세상이 화사해진다. 사람이라 불이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사해진다. 여름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쏴악 하고 스콜처럼 내리는 비가 아니라 찔끔찔끔 내리는 개미오줌처럼 내리는 비가 아니라. 추적추적 흐린 구름 입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에 쌀쌀함 축축한 옷 이런 날씨에는 어쩐지 주위에 비린내가 몹시 풍겨온다. 흙비린네 물비린네 온 세상에 비린네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코끝을 매우 자극한다. 수백일지 수천일지 모르는 비린네 중에서 사람비린네가 유독 정신 못 차리게 한다.

매미가 귀청을 울리정도 울어 되며 묘한 충동이 일렁인다. 주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다. 걸걸한 80년도 풍 힙합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며 갱스터로 빙의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름도 어려운 60년대 재즈의 선율이 뇌에 흐른다. 도파민이 분출된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식칼보다 더 차갑고 냉정한 살인마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천장이 보인다. 회색점토로 빚어 놓은 듯한 천장이다. 말랑말랑 거리는 점토처럼 보인다. 옆을 흘겨보니 담배 한 개비와 지포 라이터 그리고 반쯤 채워진 위스키잔이 있다. 의자에 몸을 일으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지포라이터로 담배를 태우며 입을 뻐금거린다. 깊게 연기를 빨아들 인후 코로 연기를 내뱉는다. 금세 방안이 연기로 뒤덮인다. 연기 때문에 꿈인지 현실인지 내가 만들어낸 또 다른 현실인지 더욱더 헷갈리기 시작한다. 위스키잔을 들어 코 끝에 같다 된다. 진한 오크향이 왜 여기에 내가 있었는지를 문득문득 알려준다. ‘똑똑똑’ 문이 아닌 곳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멍하니 소리가 낮었던 곳을 지긋이 바라본다.

다신 한번 ‘똑똑똑’ 소리가 들리고 문이 아닐 것 같은 곳이 스르륵 하고 열려버린다. 단아한 한복만큼이나 차분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는 태블릿을 켜고는 그것을 내 눈앞에 보여준다. 난 담배를 다시 한번 깊게 태우며 태블릿에 보이는 남자에 사진을 유심히 보고는 여자를 바라본다.

“그 잘난 당구 실력 좀 봅시다.”

빌어먹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을 너무 잊고 살았다. 호기심이 이 바닥에서는 얼마큼 위험한 독인지 잊고 살았다. 여자는 내 표정을 보고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뱀 같은 얼굴 미소를 보이고는 문밖으로 나간다. 절뚝이며 나가는 여자에 뒷모습을 보며 단말마에 욕을 내뱉으며 조금남아 있던 위스키를 입안에 털어놓았다. 찌르르한 기운이 몸속을 휘벼판다. 그리고는 잠깐 눈을 붙일 겸 다시금 소파의자에 몸을 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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