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엣 미

by J팔

아래가 까마득할 정도로 높은 곳에 서 있어 본 적 있어?
높은 곳에 서 있으면 처음에는 오금이 저려 제대로 서 있지 못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느 순간부터 겁도 없이 뛰어다니는 나를 보게 되지.
그렇다고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것을 늘 생각하지.
다만 처음에 느꼈던 공포가 무뎌지는 거야.
아래가 아닌 앞만 바라보니까 아래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망각하는 거지.


그러다 문득문득 의식적으로 아래를 보게 될 때가 있어.
안 그럴려고 해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속 심연에 빠질 때가 있어.
심연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불현듯 떠오르듯 드는 생각이 있어.
‘내가 온전한 제정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 하고 말이야.


그러니… 눈동자를 봐. 내 눈동자를 봐.

피하지 말고 똑똑히 내 눈동자를 봐.
어때 보여요? 제정신인 사람의 눈동자처럼 보이나요?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예의라고는 지뿔도 없는 공간에서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그냥 이 상태로 나간다는 의미는
유일하게 나만이 예의를 지킨다는 거예요.


하루하루 겨우겨우 버티며 삽니다.
내가 죽을까, 누구를 한 명 죽일까 고민하며 살아가죠.
예전 일이 아니에요. 초시계가 달리고 있는 바로 이 공간, 이 시간에
지금 나는 선택을 했단 말입니다.
내가 우스워 보이는 사람으로 남으려고 하는 거죠.


그러니 당신도 지금 내 눈동자를 잘 들여봐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니까요.
당신은 보너스를 얻는 거예요.
다음에 나와 같은 눈동자를 본다면 이러지 마세요.
나와 같은 선택을 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하지만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 법입니다.


당신은 지금의 일을 재미난 TV쇼를 본 것처럼
다음 날 ‘그때 무슨 일 때문에 웃었더라’ 하며 희희낙락하겠죠.
그렇게 지금의 저의 조언, 진심 어린 조언을 잊어버리다가
언제 어느 때 쾅 하고 의식이 날아갈 때쯤
당신의 인생이 수십 수백 번 반복 재생되는 찰나의 순간에
또다시 나의 눈동자를 보게 될 겁니다.
그리고 헛웃음을 지으며 후회하겠죠.


왜 내가 지금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지 아십니까?
내가 이토록 진실하게,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동안
당신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지워지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확신하는 겁니다. 당신의 후회를 말이죠.

그래도 저는 너그러우니 3초 동안 다시 기회를 드리죠.
저의 눈동자를 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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