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by J팔

출근하자마자 하늘을 본다. 어제 이 하늘을 봤던가, 아니면 어제그제 이 하늘을 봤던가. 내일도 이처럼 똑같은 하늘을 보겠지. 내일모레도, 일주일 뒤에도 말이다. 가끔은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천둥번개가 치던,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폭우가 쏟아지던 변화무쌍한 날이 오히려 기분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하게 느낄 때도 있지만, 올가미처럼 변할 때도 있다. 서서히 조여오지만 조여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올가미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을 울부짖으면서도 실패를 은근히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본능적인 생존 때문에 말이다. 또 다른 성공을 찾기 싫어 과분함 주위를 맴도는 것이 실패와 실패로 주위를 맴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바뀌어 가는 요일, 영원할 것 같은 요일이지만 사진 속의 내 모습은 영원하지 않다. 무심결에 보내온 나날들. 내일도 올 거라는 것을 철석같이 믿기에 그냥저냥 보낸 나날들. 어느 날부터인가 냇물에서 놀던 기분이 바닷물 위에서 허우적대는 것 같다. 그래도 어찌저찌 힘들어도 손짓, 발짓하다 보면 살아져 가기에 살아간다.

“어제 뭐 먹었어?”
누군가 딱히 알고 싶지 않은 질문을 한다.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오늘 점심에 먹은 밥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금 나이가 적었을 때는 느끼지 않았을, 그냥저냥 흘려보낸 시간에 ‘귀함’이 느껴진다. 하루에 한 끼를 먹더라도 ‘인상적인’ 한 끼를 먹었어야 했는데. 돈이 없어 며칠을 굶더라도 한 끼의 식사만이라도, 나이가 들어 흔들의자에 앉아 추억을 되새겼을 때 “아, 그때 그 음식이 참 맛있었는데, 또 먹고 싶다.” 하는 그런 음식을 찾아 먹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가끔은 누군가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 “현실을 생각해라.” 이런저런 말을 한다. 맞다, 그렇다.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그날에만 할 수 있는,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말이다. 포기하고 타협한 순간 절대 잡을 수 없는 것들을 말이다.

정답이 없는 것에 정답을 찾으려니 힘들다. 위치가 정답을 만든다. 원하는 답이 아니면 위치를 바꾸어야 한다. 원하는 위치를 바꾸려면 품삯이 든다.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가까이 갈수록 더 많은 품삯이 든다. 하지만 품삯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위치 에너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맞는 에너지를 써야 한다. 함정은, 누군가는 태어나 보니 그 위치에 있다는 거다. 원치 않든 원하든 간에 말이다.

세상에는 함정이 많다. 함정이 함정으로만 끝나는 경우도 없다. 근데 그 함정은 랜덤박스 같은 거다. 열어보니 폭탄일 수도, 금은보화일 수도 있다.
위의 말들, 생각들을 아침에 눈을 뜨고 커피를 마시면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되뇌인다. 같은 생각이 벗어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에는 다른 생각을 해버리는 방법을 까먹는다. 운동을 쉬고 며칠이 지나 그전에 했던 운동만큼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똑같은 생각을 하니 똑같은 날의 반복이다.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위치를 바꾼다. 위치를 바꾸는 횟수가 는다는 것은 자그마한 랜덤박스를 열어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랜덤박스가 쪽박이어도 계속해서 열어봐야 한다. 어쩌면, 어쩌면 박씨가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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