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by J팔

등산을 다녀와 땀이 삐질, 삐질 나고 입안이 텁텁하고 목이 바싹 마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차가운 얼음이 동동 뛰어진 시원한 냉커피 한잔이 간절하다,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기 전에 먼저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산뜻해진 기분으로 고민을 한다, 달달 구리 한 믹스 커피를 마실까 아니면 쌉싸름한 블랙커피를 마실까 기분 좋은 소소하고, 작고, 짧은 고민을 하다 아무래도 땀을 삐질, 삐질 뺀 다음은 아무래도 달달 구리 한 믹스커피가 땡긴다. 전기포트에 물을 쬐끔만 받고 전원 버튼을 딸깍 키고 물이 부글부글 끓는 동안 믹스커피 세 봉과 물 컵을 준비한다 준비한 물 컵에다 커피 한 봉은 설탕까지 다 넣고 커피 두 봉은 설탕 빼고 커피, 프림만 넣는다. 다 넣지 않은 설탕 대신 꿀을 대신 쭈우욱 폭, 쭈우욱 폭 하고 두 번 짜서 넣어 준다. 설탕보다는 꿀을 넣어야지 더 향긋한 단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랙커피 가루를 살짝쿵 하고 조금만 더 넣어 준다, 그래야 달달한 맛과 쌉싸름한 맛이 균형이 맞아진다 이렇게 준비하다 보면 은 전기포터에 물은 바글바글 끓기 시작한다. 바글바글 끓은 물을 나만의 방법으로 미리 제조해둔 커피 에다 자작하게 가루들이 스르륵 풀려 녹을 정도로만 자작하게 쪼르륵~ 쪼르륵~ 물을 붓는다. 그리고 커피가루와 꿀 그리고 프림이 스르륵, 스르륵 잘 녹을 때까지 숟가락으로 휘이익, 휘이익 말고 스르륵, 스르륵 잘 저어 준다. 어느 정도 녹으면 걸쭉, 걸쭉해지는데 거기다 팩 두유 한 팩을 쪼르륵 넣고 다시 스르륵, 스르륵, 저어준다 그렇게 스르륵 젓고 있노라면 커피의 향과 두유의 고시한 냄새가 풍긋, 풍긋하게 풍겨온다 어느 정도 잘 저어주면 전에 다 먹고 씻어둔 꿀 모과차 병에 각얼음을 땡그르르륵 듬뿍 담아 넣는다. 그리고 각얼음을 듬뿍 담아 넣어둔 병에다 스르륵, 스르륵 하고 잘 녹여둔 커피를 스르륵 부어 넣으면 각얼음이 살짝궁 스르륵 녹으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커피를 스르륵 다 붇고 숟가락으로 커피가 더욱 시원하게 그리고 잘 썩이게 휘익, 휘익 스르륵 커피를 저어준다 저을 때마다 병에서 잘그락잘그락 자갈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 운다 나는 이 순간이 좋다 소리도 좋고 병이 시원해지면서 물병 위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 것도 좋고 저을수록 커피 냄새가 풍긋풍긋 하게 풍겨오는 것도 좋다 그렇게 충분히 다 저으면 송글 송글 물방울이 맺힌 병을 들고 미련 없이 커피를 벌컥벌컥 마신다 “하~ 하~ 하~” 미치겠다, 시원한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커피가 내 몸 안에 스멀스멀하게 퍼지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정신이 먼가 아득한 저 너머로 부우웅 하고 가는 듯하다. 미칠 것 같다 황홀 하다라 는 느낌이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커피를 한잔 벌컥, 벌컥이고 나면은 커피의 푸근함이 차가운 커피를 마셔도 내 가슴속 어딘가에서 포근해져 기분이 구름처럼 두둥실, 두둥실 된다. 나에 커피에 대한 감정, 느낌은 엄마와도 같다 왜 엄마와 같냐 면 커피에 대한 내 기억이 엄마와의 추억에서 시작되어서 그렇지 싶다 내가 처음 커피라는 기억을 간직한 시점은 엄마가 시작이다 주방에서 밥을 준비하는 엄마는 항상 밥을 다 차려 주고는 커피 한잔을 타서 주방 어디쯤 쭈구려 앉아 커피를 한잔 하며 누나와 내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내가 밥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내가 어느 정도 밥그릇을 비울 때쯤 내게 다가와 “밥 더 먹을래?”라고 말할 때 방금 마신 커피 냄새가 엄마 입에서 달달하게 풍겨온다 난 그 냄새가 너무 좋았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그 달달하게 풍겨오던 커피 냄새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냄새 와 같다 엄마가 볼일이 있거나 할 때 화장하는 날이면 나는 엄마를 피해 다녔다고 한다, 난 내가 화장한 사람을 무서워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에게서 커피 냄새가 아닌 다른 냄새가 나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 냄새는 달달하게 풍겨오는 커피 냄새였으니깐 가끔 어머니가 커피 드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면 아직 내가 애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가끔 먼 가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어린애가 되고 싶어 어머니에게서 나던 커피 냄새를 생각하며 마시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커피 냄새의 커피는 찾지를 못했다 지금까지 많은 커피들을 마셔왔고 아무리 비싸다는 커피도 아무리 맛있다는 커피도 마셔 보았지만 그때 어머니가 타드시던 커피 냄새가 나는 것은 없는듯하다. 그건 오로지 어머니에게서 만 나는 커피 냄새였다, 커피는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언가 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커피가 없다면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그만큼 커피는 그저 마시는 차가 아닌 다른 의미의 내 삶의 친구고 벗이며 죽마고우 같은 존재이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내가 기쁘고 좋은 일이 있을 때 커피는 항상 내 곁에 있었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실 때면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커피는 아마 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선악과’ 같은 그런 열매였는데 사람들은 커피 열매를 탐을 내었고 결국 커피 열매를 먹어서 그 벌로 평생을 일하지도 않아도 살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은 일을 하는 벌을 받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이 상상이 사실이었데도 나는 평생을 일을 한들 커피 열매를 욕심냈을 거다 그만 큼 커피는 나의 무언가다 그 씁쓸, 쌉살음 하고 구수하며 마시면 깊은 단맛과 은은한 흙냄새 나는 이것이 너무 좋다 커피가 없었다면 나는 많은 일들의 시작과 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지금 이순에도 꿀을 살짝 탄 따듯한 커피의 냄새를 맡으며 한 목음의 쉼표를 느끼고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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