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어느 여름날의 주말 그림에서나 나올 법한 구름이 하늘 위로 나르고 풋풋한 푸른색 풀들이 하늘하늘거린다. 바람은 솜사탕같이 불어왔다. ‘경’ 이와 나는 거리를 걷고 있다. 경이를 만날 때면 기분 좋은 노곤함이 항상 몰려온다. 지루함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마음속의 편안함 푸근함 때문에 오는 노곤함이다. 난 사람들이 불편하다. 그래서 늘 사람들과 있으면 긴장한 상태가 되어있다. 경직되어 있다 하지만 경이를 만날 때면 그런 것이 없다.
경이와 있을 때면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에 감싸져 있는 무인도에 둘만이 있는 것처럼 되어 버린다. 주위의 불편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경이를 바라볼 때면 나는 하품이 나온다. 하품하는 나의 입에 자신의 손바닥을 같다 된다. 경이의 손바닥에는 전에는 맡아볼 수 없었던 달콤한 향기가 난다. 난 경이에게서 나는 냄새를 좋아한다. 그런 경이의 냄새에 난 또다시 노곤함으로 잠이 온다.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그늘이 좋은 벤치에 앉아 먼산을 본다. 경이와 만난 지 삼 년이 다되어 간다. 언제가 부터인가 경이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살아온 날에 전부를 함께 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손을 잡고 먼산을 보며 우리는 대화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 느낌 기분 감정을 몸으로 마음로 느끼고 있다. 하품이 나왔다. 그런 날 경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날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는 작은 손으로 자신의 무릎 위를 톡톡 한다. 나는 경이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어 누었다. 좋은 냄새가 났다. 포근한 냄새가 너무 좋아 깊이 숨을 들이켰다. 내뱉었다를 했다. “뭐 하는 거야?” 경이 웃으며 물었다. 경이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머쓱한 웃음으로 경이의 눈을 봤다.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경이의 긴 머리카락도 살랑살랑 걸린다. 살랑 거리는 머리카락이 내 몸을 쓰다듬는 듯했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향기에 취하고 있었다. 노곤함이 밀려온다. 그렇게 졸은 듯했다. 긴 잠을 자다 일어난 듯했다. 여전히 경이는 내게 있었다. “나 오래 잤어?” 경이는 고개를 저었다. 바람이 불어온다. “경아” “응?” 경이는 나를 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경이를 만나기 전에 친구들이 넌 언제 사랑 한번 해 볼래 라며 놀렸거든 근데 말이야 그 친구들의 말이 그냥 아무 감흥이 없었어 한 명은 계절 옷 바꿔 입듯이 한 명은 배고플 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듯이 한 명은 유행을 좇듯이 연애라는 것을 해서 친구들의 사랑이라는 말이 솜사탕 같았어 그래서 그런가 연애를 안 하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어쨌든 사랑이라 부르는 연애를 하는 친구들이 대단하다 생각했거든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거 말이야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 만 말야” 경이는 작은 손을 내 볼에 같다 됐다. 상냥한 눈빛으로 나를 어루어 만져 주고 있다. “그래서 넌 지금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 경이의 대답에 똑 부러지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어떡해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경이에 대해 내뱉어야 하는 단어는 쉽지가 않았다. 경이를 마음에 들기 위해 감동 주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이라서 살아오면서 몇 안 되는 따듯한 감정이라 새 옷과 새 신발 신었을 때의 마음 같아서 머라 함부로 단어를 정해 입으로 나오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은 나의 멍청한 머리는 아무 말이나 짓거리기 일쑤이다. “모르겠어” 경이는 나의 말에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꼬집었다. 그런 경이의 모습이 반응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가만히 그래 그러렴 했다면 오히려 내가 섭섭했을 것 같다. 이런 평범함이 이런 그냥 하루가 이런 아무렇지 않은 날이 다른 특별한 무엇보다 꿈같았다. 동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경이의 모든 것들이 나의 일상 모든 것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경아” “응?” 경이가 내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경이의 눈빛이 잔잔한 바다와 같았다.
“경아 나 널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나 봐” 경이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도 그런 경이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경이가 작은 손을 내 볼에 언었다. 그리고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작은 입술만 움직여 말을 했다. 황홀했다. 인생의 엔딩이 정해져 있다면 이 순간이었으면 했다. 스스로 마음의 사진을 찍어 사진 가장자리 옆에 적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