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by J팔

“일기를 왜 쓰는 거야?”

-넌 왜 안 쓰는 건데?

“귀찮아서 그리고 일기라는 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항상 달리 살 수 있는 사람만 쓸 수 있는 거 아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음~ 4계절 빼고 똑같은 날을 보낸다면 적을 글이 없잖아

밥반찬 바뀌는 정도는 달리 적을 수 있겠다. 그것도 김치는 늘 먹으니 몇 개 없네”

-적을 말은 없어도 네 말처럼 느낄 수 있잖아, 내가 어제도 오늘도 어쩜 내일도 똑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굳이 그런 기분을 느끼려고 일기를 쓴다고 흠~ 별론데 차라리 그 시간에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났겠다.”

-두 개를 바꿔봐!!

“뭘 바꿔?”

-있었던 일을 적으려 하지 말고 적기 위해 있던 일로 만드는 거야!!

“응!?”

-늘 가던 골목길이 아닌 다른 골목길로 집에 간다던지, 짝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면 용기를 내본다던지, 안 먹던 음식을 먹어 본다던지, 평소 안보는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던지 머릿속 내비게이션이 정해준 경로를 이탈해 보는 거야 약간은 돌아갈 수 있어도 어쩜 사는 동안 평생을 못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볼 수도 있잖아 그것을 일기에 쓰는 거지 영화를 보지 말고 영화를 만들어 보는 거야

“일기를 쓰기 위해 「카르페 디엠」, 「욜로」를 하라고.... 심장이 조금만 더 young 했으면

바운스 바운스 했을 텐데 그러기에는 내 심장은 너무 경화되었어”

-너의 그런 생각이 어쩜 심장에 경화제를 들이 붙는 것일 수 있어

그러니 일기를 써봐 멀 안 해도 돼 그냥 써봐 한 줄이면 좋고 한 페이지면 더 좋지만

한 단어만 적어도 돼 오늘 좋았다, 싫었다, 별로다, 기뻤다, 슬펐다, 울었다, 웃었다.

이런 거 말이야 그리고 몇 년 뒤에 일기를 다시 보는 거지 그러면 넌 셜록홈스로 빙의한 너의

모습을 볼 거야. 그날은 내가 왜 기뻤을까?, 왜 슬펐을까? 인스타도 헤집어보고 페이스북 뒤져보고 싸이월드 아이디/비번 찾느라 고생 좀 하겠지 그리고 어째 어째 지난날의 나와 마주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게 될 거야.

“(웃음) 일기전도사야 뭐야? 일기협회 같은 게 있나? 아님 신흥종교야?

안 쓰면 지옥 가고 그래?”

-보니 반쯤 넘어왔구나 넘어왔으니 넌 구원받을 거야

“아네~ 아멘이고~ 관세음보살입니다.”

-그래 관세음보살 말 듣고 아멘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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