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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끝이 없다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삶은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고, 배움은 가정에서 시작하여 학교, 회사, 사회로 평생 이어집니다. 배움에는 학문적인 배움도 있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습득하는 사회적 배움도 있습니다. 학문적 배움은 절차적 과정에 따르지만, 사회적 배움은 삶의 곳곳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새 삶의 반환점을 돌고 보니 세상과 동반하며 삶을 건강하게 지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배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배움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찾아오곤 합니다. 부끄러웠지만 저에겐 소중했던 배움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전주역 플랫폼에서 KTX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왼쪽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짧은 치마를 입고 진하게 화장한 10대 5명이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은어와 욕이 반이었던 10대들의 대화는 다음 역인 익산역까지 가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구매한 표는 50분 뒤에 오는 무궁화 열차인데 이번에 오는 KTX 열차를 타고 화장실에 숨어가자는 것이 아이들 대화의 골자였습니다.

아이들은 한 정거장이니 승무원에게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을 거라고 했고, 들키면 학생 표가 아닌 어린이 표를 예매했으니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다며 걱정했고, 표를 바꿀 돈이 없으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옆에서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저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습니다. 아이들의 불량한 복장이 마음에 안 든 것은 물론이고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은어와 욕도 듣기 거북했습니다. 특히 조금 더 기다리면 될 것을 앞 열차에 무임 승차하겠다는 태도에는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들이 승무원에게 걸려 혼쭐이 나야 정신 차릴 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내심 아이들이 꼭 승무원에게 걸려야 한다는 거에까지 생각이 흘러가고 있을 때, 제 왼쪽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여성이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스마트폰 액정을 아이들에게 보이며 이번에 플랫폼에 들어오는 열차는 출발 시간이 임박하니 연이어 오는 다음 KTX 열차를 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 원짜리 몇 장을 아이들에게 건네며 그 돈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열차표를 다음에 오는 KTX 열차표로 교환하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녀의 호의에 환호성을 지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매표소로 달려갔습니다.



저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저와 그녀는 같은 상황을 보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 대처하는 생각과 행동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이들의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차림새와 말본새만 보고 한심한 아이들이라 단정하고 아이들이 곤란한 상황이 되길 바란 저와는 달리, 그녀는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게 할 방안을 찾았고 지갑을 열어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때마침 플랫폼에 들어온 열차에 서둘러 오르며 저는 부끄러움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이 경험에서 저는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도 자신들의 행동을 돌이켜 보았을 거라 믿습니다.


중국 삼국시대의 책략가 제갈공명은 “배움을 즐기는 사람은 죽었어도 살아있음과 같고, 배움을 행하지 않는 사람은 살아있어도 걸어 다니는 고깃덩이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세상에 관심 두고 자신을 낮추면 배울 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배움을 즐기면 삶이 단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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