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 선배의 편지
선택은 여럿 가운데 필요한 하나를 고르는 것이며, 결정은 행동이나 태도를 결단하여 정하는 것입니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택과 결정은 두려움과 망설임을 동반합니다. 그럼에도 삶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라 선택과 결정은 삶의 순간마다 무거운 문제로 머리와 가슴에 얹히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죠.
특히 의사 결정을 동력으로 하는 조직에서는 선택이 가져올 결과가 조직의 미래 성장을 결정하기에 선택과 결정은 더더욱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조직에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의지를 모으는 회의가 많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은 뒤죽박죽이고 짜증이 표정으로 드러나 있던 일이 있었습니다. 몇 날 며칠을 생각하고 고민해도 답을 얻을 수 없었죠. 그즈음 퇴근길에 들린 성당에서 ‘평온함을 구하는 기도’를 만났습니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도 주시옵소서.
성당에서 돌아와 검색해 보니 이 기도문은 미국의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1892~1971)가 쓴 기도문의 일부라고 합니다. 이 세 줄의 기도문을 읽으며, 저는 어둠 속에 빛이 스며들어 퍼지는 것을 본 것 같았습니다.
기도문을 마음에 새기고 그 당시 제 머릿속을 채웠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어떤 결정을 할지보다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를 판단했습니다. 그 판단을 하니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그려졌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선택이나 결정해야 할 때면 이 기도문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이 기도문을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3년 전 지금의 회사에서 합류 제안을 받고 고민할 때도 이 기도문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제안을 수락하여 처음 출근하던 날, 첫인사를 하면서 기도문과 함께 합류를 결정하면서 했던 제 다짐을 정리하여 전했습니다.
“ (전략) 저에게 함께하자는 청을 하고 기회를 주신 건 회사의 변화와 성장을 기대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 경험에 맞춰 회사를 재단하지 않고 제가 회사에 스며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키겠습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 회사의 성장에 이바지하겠습니다. (후략) ”
우리는 변화시킬 수 없는 걸 변화시키고자 애쓸 때가 많습니다. 애쓰다 놓지 못하고 미련을 부려 오래도록 붙잡다 낙담하게 되지요. 그에 비해 변화시켜야 할 건 애써 외면합니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 외면하다가 끝내는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살다가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순간을 맞을 때면 평온함을 구하는 기도를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우리에게 내재하여 있음을 믿어보세요.
저는 평온함을 구하는 기도에서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