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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주는 미소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조금 오래전에 마주했던 장면이지만 아직도 저에게 깊게 각인된 장면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어느 날 출근길이었습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버스 정류장 쪽으로 분주한 마음으로 허겁지겁 뛰듯이 걸어가는데 청소함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청소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고, 그대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청소함 근처에 청소차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 청소차가 제 발길을 멈춘 이유는 말끔한 복장의 환경미화원이 미소 띤 얼굴로 청소차를 열심히 세차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차 주인이 자신의 차를 세차하는 건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청소차를 세차하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아침에 청소하면서 웃고 있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은 만화 속 그림처럼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쓰레기란 우리 곁에 늘 있던 물건이나 음식이 쓸모 없어져 버려진 것입니다. 곁에 있을 때는 알게 모르게 손이 가던 물건과 음식이 버려지면 쓰레기가 되어 먼지를 뒤집어쓰고 더러워지고 또 부패하면서 사람들의 거친 시선을 받게 됩니다.

그런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차도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악취가 나는 게 일반적이죠.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의 옷에도 얼룩이 잔뜩 묻어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저는 깨끗한 청소차와 환경미화원의 옷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끔한 복장으로 청소차를 닦고 있는 환경미화원을 마주했으니, 발걸음이 멈춰질 수밖에요.


정성스럽게 차를 닦는 환경미화원을 보며 저는 그분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그 한 가지 모습을 보고서도 알 수 있었고, 아마도 그분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에도 최선을 다하는 분이었을 겁니다.

그 광경을 보며 저는 감동했고, 지금까지도 그 풍경은 제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되짚어 생각해 보면 이를 자신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아침마다 전쟁하듯 집을 나서고 회사에서는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는 모습이 주어진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닐 테니까요.


흔히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최선보다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최선의 과정과 최고의 결과는 인과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의 과정을 거쳐야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과정에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흡족하지 않더라도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고, 다음을 만들어갈 동력을 얻게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최선을 다하면 결과와 관계없이 행복하고, 주어진 일에도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환경미화원의 미소 띤 얼굴을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이유도 이와 같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청소차를 닦고 있는 환경미화원을 마주한다면 무엇을 느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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