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없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나는 걱정이 많다.
유치원 때는 야구와 축구가 너무 좋아 야구 선수가 되는 게 좋을지, 축구 선수가 되는 게 좋을지 걱정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놀고 싶지만 밀린 숙제가 걱정이었다.
중학교 때는 친구와 성격이 맞지 않지만 이 친구와 함께하지 않으면 함께 할 사람이 없는 게 걱정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최소한 괜찮은 대학을 갈 수는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대학교 때는 주변 사람들과 달리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 걱정이었다.
그즈음에 이미 오랜 유학생이던 나는 군대를 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래서 남들보다 2년 뒤처지게 될 것이 걱정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니 건강이 안 좋아진 엄마가 그리고 엄마를 두고 다시 미국으로 갈 수는 있을지, 대학 졸업은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어찌어찌 대학을 졸업하게 되니 유학생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평생 취직은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결국 비자가 만료되어 한국으로 쫓기듯 나왔을 때는 낯선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취업을 하고 나니 척박하다는 한국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밤을 새워가며 일하고 인정받으며 승진을 하고 나니 밑천이 드러날까 걱정이었다.
결혼이 하고 싶어 프러포즈를 하고 나니 부모님의 걱정을 뚫고 결혼식을 올릴 수는 있을지 걱정이었다.
축복 속에 결혼식까지 마치고 나니 아이가 생기지 않는 시간을 지나,
아직 다 크지도 못한 생명을 떠나보냈던 눈물 속에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가
세상에 나와 우리 부부와 눈을 마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살을 맞대고 나니 아이의 미래를 잘 만들어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나는 내 생의 각 시점마다 가졌던 걱정들이 그때의 내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그 걱정들은 해결되지 않으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느껴지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과거로 흐르며 걱정들을 가져갔고, 시간은 미래로 흐르며 새로운 걱정들을 가져왔다.
걱정이 없는 세상이 올리 없다.
걱정이 없는 삶의 시간도 올리 만무하다.
그럭저럭 오늘을 보내고 나면,
오늘의 걱정이 어떻게든 과거로 흘러가고,
새로운 걱정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걱정해도 괜찮더라.
시간이 지나며 걱정들을 데려가더라 할 뿐이다.
저는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이래 저래 매일 걱정을 붙들고 삽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주변의 위로는 저에게 숨 쉬지 말라는 조언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숨 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라서요.
그러다가 어느샌가 이전의 걱정은 잊고 새로운 걱정을 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시간이 걱정을 가져가고 또 가져오는구나 싶어요.
결국 제 모든 걱정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어날지 확실치도 않은
미래에 대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걱정이 많은 분들이 있으시죠.
너무 걱정 마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걱정하는 건 생각보다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더라고요.
시간이 걱정을 데려가고, 다시 데려오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