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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만난 사이

블로그 이웃에 관한 단상

by 밤호수

97년 유니텔 피씨통신 이후,

온라인을 통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경험하는 건

무려 20여년 만의 일이다.


물론,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온라인 만남이었던

피씨통신 채팅을 생각해 볼 때.

그 안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코로나 시작과 함께.

나는 블로그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통을 시작했다.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그저 나의 글을 올리기 위해,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하나 글이 채워지면서

이웃들이 와주고, 나도 그들을 방문하고

서로의 삶과 생각과 사유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공감.

소통.

대화.

이해.

관계.


이런 단어들이

나의 블로그 활동에 주가 되기 시작했다.

나의 글도, 나의 리뷰도, 작품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 어디어디에 사시는,

영국에도 살고,

사할린에도 살고,

캐나다에도 사는,

내 이웃에도 사는,

그들.

얼굴도 모르고,

눈빛 한번 교환한 적 없어도.

나는 내 오랜 지인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다.




6개월간의 활동으로

어느정도 관계와 글에 있어 궤도에 올려놓은, 내 블로그가

알 수 없는 문제로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지난 2주간 브런치에만 글을 올리고 기다렸는데, 잘 해결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와중에도

나를.

나의 글을.

나와의 소통을.

나와의 만남을

그리워하고 기다려주는 이웃들의 존재였다.


브런치로 와서

날 검색하고 찾아주고,

글을 읽어주는 그들.

블로그에서 날 기다려주는 그들.


이런 만남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누군가는.

이런 만남을

가볍기 그지 없는 온라인의 소통이라 생각할까?

손가락 끝으로 튕기는 자판만큼이나 가벼운 공감이라 할까?

블로그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경험해 가고 있다.

블로그의 만남은

본인이

진실한 글과

진실한 자세로 소통한다면.

오프라인 만남보다 더 깊은 관계를 지닐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얼굴에 쓰고 다니지 않는,

<나의 삶.

나의 사색.

나의 사유.

나의 진실과

내안의 깊은 고백>

까지 연결된

'글로 만난 사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구들과 떠들고 다녀도

집에와서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반복해서 읽을 때

시공간을 초월해

그 작가와 자신이 소통하는 짜릿함을 안다면.

매일매일 자신을 표현하는 블로그에서

이웃의 글에 표현되는

그 사소하고 진실된 하나하나를

매일같이 만나는 이웃은.

작가와의 교감 못지않은

그야말로.

달콤하고

짜릿한 만남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얼굴이 어닌

'글로 만난 사이'

눈빛보다 깊은

‘글빛을 나눈 사이’

얼굴을 맞댄 소통보다 더 깊은

‘마음’을 소통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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