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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May 13. 2020

넷플릭스 다큐 <더 라스트 댄스>가 제작된 이유

더 라스트 댄스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제작 배경 이야기


Netflix Original : The Last Dance 리뷰

조던과 르브론의 GOAT(greatest of all time) 담론을 이해하면, 다큐멘터리가 더욱 재밌어질걸?



사실 리뷰라 하기는 애매하다. 아직 시리즈의 1,2부만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총 6화로 이루어진 더 라스트 댄스 시리즈는 5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이미 2주 전, 해외에서 이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후로 난리가 났었다. 5월 11일, 한국에서도 이 다큐멘터리의 1,2화가 공개되었고 그 자체로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화두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청난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농구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마이클 조던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큰 족적을 남겼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음과 동시에, 한 스포츠에서 우승을 해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을 수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메인 타겟인 농구팬들은 두 부류로 나누겠다. 90년대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모든 족적을 봐왔던 이들에게는 엄청난 향수를, 그리고 조던 시대를 말로만 접했던 2000년대의 NBA 팬들에게는 그 위상을 알리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다.


이 글은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 (혹은 1,2화를 본 사람들에게) 조금의 흥미 요소를 더해줄 수 있는 ‘알쓸신잡’스러운 글이다. 필자는 골수 르브론의 팬으로 조던 시대 이후부터 NBA에 빠진 사람 중 한 명이지만, 2000년대 농구는 물론, 조던의 95~98년 시즌 경기들을 온갖 소스들에서 구해와 한 경기 한 경기 시청해왔을 정도로, 이 다큐멘터리 전반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때문에,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가 어떻게 다큐멘터리로, 2020년에 등장할 수 있었는지,  다큐멘터리 제작의 ‘계기를 설명하고자 한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사람의 감정선에 이입해서 이 글을 읽는다면, 분명 이 글도 상당히 흥미로울 것이라 자부한다.

조던은 다큐멘터리를 내는 것에 있어서도 놀랍도록 차갑고, 담담했으며,

그리고.. 뛰어났다.


<쪼잔함>


농구팬들 사이에서 조던을 언급할 때 항상 붙는 수식어이다. 얼핏 듣기에는 쪼잔함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가 앞서지만, 이는 조던의 위대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쪼잔할 정도로 위대했다. 1인자였고, 수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리그 최고의 자리에 팀으로서 6번(우승), 선수로서 5번(NBA MVP) 올랐음에도 끊임없이 발전을 갈구했다. 매 경기를 열심히 뛰었다. 자신을 처음 보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승부욕의 화신답게, 모든 팀에게 질 수 없다는 마인드 때문이었다.

쪼잔함과 승부욕. 그 두 가지가 조던 다큐멘터리를 2020년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다큐의 초반부에 보면 1997-1998 시즌 동안 시카고 불스 팀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면 촬영 가능하도록 시카고 불스 측이 한 제작진에게 허가해주었다고 한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에 5번의 우승을 차지한 팀, 전 세계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위치에 올라있는 팀이 1년간 모든 것을 공개한다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촬영물이 오랫동안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 놀랍게도 조던은 그 위대한 기록물을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다큐멘터리 제작은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조던은 그 카드를 꺼내 들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조던이 정한 공개 시점은 언제 일까가 오늘 글의 주제이다.
미리 말하자면 ‘그때’는 2016-2017 시즌. 그의 6번째 우승 20년 뒤이다.
왜 하필 이때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조던이 그 시작을 알렸을까?


전 세계 수많은 팬들에게 조던은 농구였다. 농구는 조던이었고, 농구와 NBA에서 조던은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 뒤 코비 브라이언트가 나와 제2의 조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르브론 제임스가 나와 또 다른 제2의 조던이라는 수식어로 활동했지만 조던의 위상을 덮을 정도의 실력과 스토리를 동시에 겸비한 그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코비가 5번 우승을 차지했을 때 NBA에서는 샤킬 오닐의 손을 들며 코비의 스토리를 한 단계 낮추어 평가했다. 샤킬 오닐 없이는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 코비의 레이커스가 아닌, 코비와 오닐의 레이커스였다는 것. 코비는 이후 가솔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팀을 완전하게 이끈 뒤에야 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조던과의 비교는 무리였다. NBA는 조던의 자리는 물론, 그 비교대상의 자리도 호락호락하게 내주지 않았다.


르브론의 등장.

NBA 만큼 역대 모든 선수들의 순위를 빈번하게 매기는 리그도 드물 것이다. 그 정상에는 항상 굳건히 조던이 있었고, 그 뒤는 한 시대를 풍미한 매직 존슨, 카림 압둘자바, 윌트 체임벌린 등이 이었다. 코비는 해봐야 8~10위권 정도였다. 2003년, 르브론이 등장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조던보다 더 한 관심을 받으며 일찍이부터 넥스트 조던으로 이름을 알린 르브론이었다. 실제로 조던 이후 이 정도의 관심은 처음이었다. 전국방송으로 르브론의 고등학교 경기가 중계되었고, 고등학생 때 SLAM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르브론은 친한 친구들이랑 뛰고 싶다는 이유로 명문 고등학교 대신 농구로는 이름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동네의 작은 고등학교(세인트 빈센트-세인트 메리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그 팀에게 전국 우승의 영예를 안겼다. 실제로 르브론의 고등학교 시절을 다룬 다큐멘터리 More Than A Game이 그의 NBA 커리어 초반(2008년) 제작되었을 정도로 르브론의 스토리는 초반부부터 화려했다. 르브론이 데뷔한 클리브랜드라는 도시는 스포츠 불모지, 50여 년의 세월 동안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도 한 번도 우승해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르브론이 나타났고, 르브론은 도시에 The Chosen One이라는 이름으로 희망을 주었다.


조던과 오버랩이 되는 순간이다. 조던도 말했다. 시카고에 온 84년, 그는 우승을 약속했다. 르브론 또한 마찬가지였고 엄청난 퍼포먼스로 몇 년 만에 리그 최고의 자리에 올라 시즌 MVP에 오르고 득점왕에 오르는 등 개인으로서 달성할 수 있는 위업을 모조리 이루었지만, 단 하나,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근접했던 06~07 시즌, 동부 컨퍼런스 우승을 차지하고 NBA 파이널에 올랐지만, 전통 강호 샌안토니오에게 4대 0으로 패배. 르브론은 그렇게 한계를 느끼고 웨이드, 보쉬와 슈퍼팀을 결성하며 마이애미로 향했다. 클리블랜드에게는 조던이 필요했고, 오하이오에서 평생을 자라온 소년이 지역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길 원했지만 그 소년은 우승을 하고 싶고 한계를 느꼈다며 우승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그때가 NBA에게는 조던을 이길 스토리와 실력을 동시 겸비한 영웅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영웅은 길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었고, 조던은 프랜차이즈를 지켰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르브론은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도시의 상징에서 가장 많은 안티를 보유한 악당이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마이애미로 넘어가 4년간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며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모두가 말했다. 조던과의 비교는 르브론이 마이애미로 넘어가 슈퍼팀을 결성하면서 끝이 났다고. 조던 또한 우승을 위한 팀을 결성하여 우승한 르브론을 못마땅해하며 인터뷰에서 자신과 비교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 조던이 구단주로 있는 샬롯과의 경기에서 르브론은 경기 중 조던이 앉아있는 곳을 쳐다보며 엄청난 토마호크 덩크를 꼽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은퇴한 조던과 현역 최고의 르브론이 서로에게 얼마나 강한 승부욕과 투쟁심을 갖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분명 조던은 르브론을 경계했다. 명실상부, 80,90년대에 조던이 있었다면, 00,10년대는 르브론이었다. 조던에게는 꺾어야 할 상대로 80년대의 매직 존슨이 있었고, 르브론에게는 00년대의 코비가 있었다. 너무도 많은 것이 닮아있었지만, 조던은 르브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때문에 조던은 늘 그의 뒤를 이을 선수가 누구냐는 인터뷰에 코비의 손을 들었다. 전 세계 모두가 르브론을 외치던 시점에도 말이다. 이 점은 오히려 조던이 르브론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조던의 경계는 르브론이 슈퍼팀에서 벗어나 스토리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르브론의 스토리가 완성되다.


2014년, 르브론은 고향 클리블랜드로 돌아온다. 엄청난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복귀 세리머니에서 자신은 고향에 돌아왔고, 남은 것은 이 곳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브론에게는 2번의 우승 3번의 준우승, 2번의 올림픽 우승이라는 마일스톤이 쌓여있었지만 NBA 올타임 넘버원이 되기 위한 드라마가 필요했다. 이를 의식했던 것일까, 이때쯤부터 르브론은 조던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아예 안 하기 시작했다. 클리블랜드 복귀 첫 해, 르브론은 준우승을 한다. 팀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카이리 어빙과 케빈 러브가 플레이오프 중 말도 안 되는 부상을 당하며, 최강팀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일당백으로 싸워야 했고, 평균 35.8 득점, 13.3 리바운드, 8.8 어시스트라는 엄청난 개인 기록으로 맞붙었으나 4대 2로 시리즈를 내주며 준우승.
르브론의 파이널 누적 2 우승 4 준우승의 기록은 6 우승의 조던에 비하기에는 너무 초라했다. 르브론의 엄청난 퍼포먼스로 모두가 래리 버드의 자리를 넘고 올타임 넘버원 스몰포워드, 그리고 올타임 탑 5에는 속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조던과의 비교는 할게 못된다고 말했다. 조던 또한 이 시점에서는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2015-2016 시즌이 찾아왔다.


2015-2016 시즌은 NBA 내에서 엄청난 해로 기억되고 있다. 골든스테이트라는 팀이 새로운 역사를 쓴 한 해였다. 이 시즌 전, NBA 리그 팀 최다승 기록은 조던이 이끌던 95-96의 시카고 불스였다. 82경기 중 72경기를 이겼던 시카고 불스의 기록은 다시는 깨지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북미 스포츠 사상 최초로 개막 후 24연승, 20점 차로 지고 있어도 거짓말처럼 4 쿼터에 뒤집으며 절대 질 수 없는 아우라를 과시하는 팀이었고, 조던의 시카고에 한 발 한 발 무서운 전진을 하고 있었다.
70. 71. 72. 그리고 73.
82경기 73 9. 역사상 최고 승률의 기록이 깨지게 되었다. 조던은 엄청난 퍼포먼스라며 칭찬했지만, 50이 넘은 그의 눈에는 경쟁심이 불타고 있었다. 골든스테이트가 NBA 역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히며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했다면, 골든스테이트 왕조로 역사에 남으며 여러 왕조 중 하나로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즌의 NBA 파이널에는 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리그 최강 팀 골든스테이트와 르브론이 이끄는 클리블랜드가 맞붙은 NBA 파이널. 4차전까지 골든스테이트가 3-1로 앞서며 무난한 우승을 가져가는 듯했다. 미국 스포츠 역사상 7 승부에서 3-1 스코어를 뒤집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클리블랜드는 5,6,7차전을 내리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르브론은 7차전 승리 후, 우승이 확정되자 인터뷰에서 클리블랜드에게 우승을 안기기 위해 자신의 심장, 눈물, 피, 땀, 모든 것을 바쳤다며 “Cleveland! This is for you!”라는 명대사와 함께 시즌을 마쳤다.


수많은 르브론 안티팬들이 돌아섰고, 모두가 클리블랜드의 첫 우승, 그리고 엄청난 드라마를 만들어낸 르브론에게 박수를 보냈다. 리그 역사상 최강 팀 골든 스테이트, 그런 골든스테이트를 뒤집은 팀 클리블랜드와 리더 르브론 제임스. NBA에게 최고라는 수식어는 오로지 시카고 불스와 조던에게만 허락되어있다고 조던은 생각했기에 이때 조던은 진정으로 위기의식을 느꼈다. 은퇴 이후에도 최고의 자리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던 조던. 그는 그때 자신의 마지막 우승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다짐한다.
(2016-2017 시즌의 골든스테이트와 르브론을 보며 자극받아 제작을 결심했다는 조던의 인터뷰는 한편으로는 의외였다. 철통 같은 자존심을 내려놓은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다큐멘터리로 본인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하려는 그의 승부욕은 또 한번 빛났다.)

구단주가 올해가 마지막임을 선언하고, 시작부터 모든 일원이 올해가 마지막임을 안 상태로 시작했던 시즌. 97-98 시카고 불스의 첫 훈련의 팀 핸드북 타이틀은 The Last Dance였다. 언론이 팀의 노쇠화, 감독 필 잭슨과 구단주 제리의 불화를 계속 건들며 조던을 괴롭혔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또 한 번의 우승을 차지한 그 시즌. 그 시즌이 흐릿해질 무렵, NBA의 상징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 20년 후. 조던은 이 역사가 담긴 다큐멘터리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그렇게 조던의 다큐멘터리, THE LAST DANCE 넷플릭스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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