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를 새로 시작하기 전, 웹 매거진 실패 회고록_2
뉴스레터를 새로 시작하기 전, 웹 매거진 실패 회고록
1. 웹 매거진을 만들어보려 했다 https://brunch.co.kr/@jjason68/226/
2. 글 플랫폼의 컨셉은 어떻게 잡을까 https://brunch.co.kr/@jjason68/227
3. 웹 매거진은 하기 어려운 걸까요? https://brunch.co.kr/@jjason68/228
컨셉을 어떻게 잡고 가야할지에 대해 가장 많은 논의를 펼쳤던 우리이기에, 그리고 그 논의는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충분히 가치 있었기 때문에 1년 반이 지난 지금 묵혀뒀던 아티끌의 컨셉에 대한 회의내용을 공유한다. (각 멤버를 A,B,C,D,E로 익명 표기)
A: 컨셉은 생각의 공유 아닐까. 20대 취준생의 나, 비전문가이지만 광범위하게 생각을 공유하는 것. 그 이후 세부적으로 분야를 잡고 좁혀나가는 것. 우리의 감성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글쓰기 방식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영역을 남들과 공유해보자.
B: 좀 추상적인 것 같다. 브런치에 각자 써도 되는 것을 굳이 한 플랫폼에 모으는 의도는?
C: 왜 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각자 브런치에 올려도 되는 글들은 피드백이 활발하지 않다. 꾸준히 쓰는 원동력이 되지 않는다. 굳이 어디 보여주는게 아니라면, 우리끼리 피드백을 하고 끝을 내도 될건데, 만약 많은 사람이 보기를 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를 해나가야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썼을 때 읽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디에디트/인디포스트처럼 홈페이지를 만들기보다 뉴닉은 어떨지. 일간 이슬아, 수필이다. 당신의 메일로 매일 글을 보내준다.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보내주는 것은? 일상에 세심한 눈길을 남길 수 있다면?
B: 그렇게 글을 쓰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독자를 상정하는 글이냐, 기록을 위한 글이냐에서 갈릴 수 있다. 나도 이전에 하던 블로그의 목적은 기록이었는데 정보전달을 하게 되더라. 그래서 재미 없어져서 그만 뒀다.
C: 기존에 생각했던 대로 글을 올리는 플랫폼은 정보전달 위주여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생각을 플랫폼에 올리면 아무도 안 읽을걸, 들이미는 방식으로 메일링을 해보는게 어때?
D: 각자 쓰고 있는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가 각자의 피드백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결국 합쳐져서 글이 많이 누적되고 나면 그 합은 더 커질거다. 정반합! 메일링 서비스가 스팸으로 많이 끝나는 이뉴는 뭔가 바쁜 와중에 숙제 같은 느낌이라. 그 대신 한 플랫폼 안에 부담 없이 쌓여 있는 건 어때?
B: 그 합은 무엇일까. 어떤 합이 되는 건가.
D: 경험의 리뷰.
E: 카테고라이제이션!
A: 페이스북 하다가 멈추게 되는 글들이 있다. 모아 놓으면 읽으러 들어오는 곳이 될 수도 있어. 새로운 색깔들이 있다면 진부하지 않다. 하나의 전문적인 무언가를 두는 것보다. 세부적인 카테고리 안에서 부드러운 글을 써내는 것. 카테고리를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
카테고라이제이션에 가장 많은 고민을 기울였던 만큼, 아이디어는 다양했다.
5명이니, 5각형 모양으로 웹 UI를 구성해서 직관적으로 누구의 글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Hot/Cool로 글의 키워드를 구분하는 감각의 분류는 어떨까. 사람 카테고리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바이라인 네트워크처럼. 그러려면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일관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그렇다 순 쳐도 각자의 브런치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진 않을까. 최소한의 주제 카테고리는 필요하지 않을까. 태그 검색 기능은 어떻게 카테고라이제이션과 연결지을까.
그렇게 카테고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끝에 나온 아이디어는 크게 2가지의 대분류 카테고리를 구성하고, 여기서 서브 카테고리를 파생시키는 것이었다.
우리는 두 개의 메인 카테고리를 놓기로 했다. 하나는 [아!티끌]이라는 이름으로, 각각의 멤버가 담당하는 개인채널의 컨셉이다.
영화, 공연, 여행, 독서, 이슈, 음악, 생각, 취미, 전시, 이렇게 세분화된 주제들로 하위카테고리를 구성했다.
또 다른 하나는 [티끌모아 태산], 일정 주기로 멤버들에게 주어지는 키워드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풀어가보는, 일종의 공동 에세이랄까?
카테고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니 자연스럽게 UI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다.
아티끌이라는 타이틀을 첫 페이지에 넣어두고, 두 개의 카테고리로 랜딩될 때 각각을 메뉴이자 페이지로 구성하는 방식. 왼쪽 카테고리인 [아!티끌]을 클릭하면 오른쪽에 해당 글들이 보드 뷰로 리스트업되고, 오른쪽 카테고리인 [티끌모아 태산]을 클릭하면 왼쪽에 마찬가지로 키워드별로 리스트업되는 방식. (물론 실제로 구현되지는 않았다. 프로토타입도 종이에 끄적끄적하는 단계에 그쳤다.)
많은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쓸어담아 정리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그렇게 아티끌은 "일단 그럼 글부터 써보자", "써보면서 하나씩 쌓아가자"라고 하며 시작되었고,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 취준에 놓이며 동력이 떨어짐과 함께 사라졌다.
지금은 유적지가 되어버린, 생각하면 애틋함이 몰려오는 아티끌이다.
작년에 웹 매거진 실패의 경험을 얻은 필자는 올해 뉴스레터 런칭을 준비중에 있다.
달라진게 있다면, 1년 반 정도 시간 동안 브런치에 글을 약 200편 정도 더 썼고, 글로 여기저기 아웃소싱도 하고, 무상으로 기고도 해보고 하면서 콘텐츠 플랫폼에 대해 작년보다는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누적되면서 작년에 몰랐던 뉴스레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뉴스레터라는 플랫폼이 얼마나 실행하기에 편리한 플랫폼인지를 깨달았달까. 이 준비를 하면서 문득 아티끌이 생각나 이 글도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 지금은 뉴스레터들이 참 많다. 하지만 당시에는 뉴스레터에 대한 생각이 전무했다. 다들 뉴닉과 월간 이슬아 정도만 알고 있던 때였다. 아티끌 회의 중에도 "메일링 서비스"라고 칭했지. 그 땐 뉴스레터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다. 위에서 보이지만, 한 친구는 계속 뉴스레터로 시작하는 것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머지 친구들에게는 뉴스레터를 하는 것에 대한 유인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사실, 내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생각, 당시의 내가 생각하던 해답은 웹 매거진 뿐이었다. 그래서 모두에게 웹 플랫폼을 전제로 해두고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그 영향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변화를 받아들였다면, 내가 시작한 틀에서 완전히 피봇해야 하는 아이디어를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때 얻은 교훈이었을까, 아이디어의 수용과 과감한 피봇팅은 그 이후 나의 프로젝트들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