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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Apr 25. 2019

페스티벌에서 간단하지만, 그토록 어려운 것_ 피드백

스펙트럼, 오타디움, 월디페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한 달 전, 스펙트럼이 EDC KOREA에 전면전을 선포하듯 19년 페스티벌 일자를 EDC KOREA와 정확히 겹치게 공고하였을 때, 분노의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상생 대신 경쟁을 택한’ 스펙트럼이 미웠다.



그리고 한 달 뒤, 3월 중 스펙트럼은 일자 변경이라는 이례적인 결단을 내렸다. Lose-Lose 상황을 탈피하고, 준비한 만큼의 아웃풋을 뽑아내기 위한 결단이었겠지만, 그 사유를 알고 있음에도 스펙트럼의 입장은 꽤나 멋있었다.

스펙트럼은 관객 여러분들에게 더 좋은 컨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항상 여러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왔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의견들을 토대로 일정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기존 섭외되었던 아티스트들과의 공연 일정 재협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협의가 잘 마무리되었고, 많은 관객 분들이 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저희 운영팀은 기쁜 마음으로 일정 조정을 공지드립니다.

“무서워서 피한 것이 아니다. 관객들이 보다 많이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라고 외치는 듯이 말이다.


스펙트럼은 이미 2016년, 그리고 2018년에 관객들에게 두 차례나 라인업 면에 있어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였다.

특히 작년의 경우 내한 경험이 없던 DJ들과 이전에 한번 왔었던 DJ들 중 반응이 좋았던 아티스트들 중심으로 균형 있는 라인업을 완성시켜 많은 관객들을 유치하였고 관객 만족도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Illenium의 ‘항공편 변동에 따른 공연일 직전 취소’라는 어마어마한 변수가 생겼음에도, 어떠한 이유로 항공편이 어떻게 변경되었는지와 이에 따라 아티스트 측에서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컨택을 보내왔음을 함께 알리고, 라인업을 즉각 다른 아티스트로 빠르게 조정하여 채우는 순발력을 보였다. Illenium을 못 보게 된 것은 관객들에게 굉장히 아쉬운 일이었지만 스펙트럼 주최인 Dream Maker Ent. 측의 발빠른 대처와 명확한 공지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스펙트럼은 동화에 온 듯한 스테이지 구성과 베뉴 곳곳에 설치한 입간판들, 페스티벌 부지 전체를 꾸미려는 시도들 또한 디테일 측면에서 퀄리티가 매우 높았다. 주최측인 Dream Maker Ent.가 아이돌 엔터 3대장 중 비쥬얼적으로 가장 브랜드메이킹이 잘되는 SM임을 감안할 때, “SM에서 해서 그런지 모든 공간이 이뻤다”는 것이 주된 감상평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올해도 Project Humanoid라는 컨셉을 공개하며, 페스티벌 티저 영상에서부터 이미 스펙트럼만의 ‘컨셉놀이’를 하겠다는 점을 밝혔는데, 이런 스토리텔링이나 컨셉 메이킹은 SM의 주 무기로 알려져 있는만큼 스펙트럼이 무대 디자인이나, 페스티벌 이벤트 자체의 브랜드메이킹 면에 있어서도 전반적인 퀄리티를 한단계 높여주기를 올해 기대해본다.



5Tardium(오타디움)은 작년에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었다.

Heineken에서 Mercedes Benz로 공식 스폰서가 바뀌면서 이에 기인한 변화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생긴 미흡한 부분에 필자를 포함한 많은 관객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일단 5Tardium이라는 페스티벌 네이밍과 슬로건에 걸맞지 않게 작년의 오타디움은 일명 '삼타디움'으로 진행되었다. 본래의 오각형 모양 스테이지 구성에서 두 곳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홍보 부스로 이용되었기 떄문이다. 차들이 전시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VIP 라운지가 구성되어 있는 이상 그 곳을 무대로 쓸 수는 없었고, 이것이 사전에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으면서 5면을 돌아보며 즐길 것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3타디움에 그친 무대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문제가 되엇던 것은 사운드 문제였다. 타 페스티벌에 비해 스테이지의 특수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이상, 사운드 구성에 더욱 신경썼어야 했음에도, 17년 사운스 퍼레이드가 떠올랐을 정도로 사운드 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한 쪽 스테이지에서 나는 사운드가 중간 위치 정도로 가기만 해도 사운드가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반대편 끝 부분으로 가면 때로는 하이피치와 베이스 소리가 뭉개지는 소리에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정도라는 느낌도 여러차례 경험하였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이에 대한 대처와 보완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나. 아직 2019 5Tardium까지는 2달 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현재까지의 페스티벌 준비 과정에서 보여주는 주최측 VU Ent.의 모습에는 찬사를 가득 보내도 모자랄 정도로 놀라운 수준의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있다. 첫번째로, 이번 5Tardium을 개최하면서 주최 측은 사전적으로 올해의 목표 및 준비사항에 대한 공지를 SNS 채널과 페이지에 게시하였다.

독일에서 음향시스템을 들여와 사운드를 보완할 것과, 이번에는 5Tardium이라는 네이밍에 걸맞게 다섯 개의 스테이지를 모두 운영할 것. 저번 회차에 지적받은 사항을 피해가지 않고 언급까지 하면서 정면돌파하려는 의도가 보여 굉장히 멋있었다. 물론 과연 제대로 보완이 되었을지는 페스티벌 당일이 되어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직접적으로 언급을 한 만큼 이에 대한 준비는 철저히 하지 않을까 싶다.


추가적으로 이번 오타디움에서 감탄에 감탄을 더했던 점은 주최측의 관객/소비자들과의 소통의 측면이었다. 이례적인 행보를 거듭 밟고 있는 오타디움이다! 라인업을 선정함에 있어 관객들의 투표로 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주최측은 오타디움의 원래 컨셉에 맞추어 올해도 역시나 다양한 장르를 골고루 선보일 것을 밝혔는데, 각 장르에 해당되는 아티스트를 투표 후 관객수요조사에 맞춰서 부킹을 시작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관객의 니즈를 반영하겠다는 의지와 부킹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동시에 비춰지는 모습이었다. (추측컨데 아무래도 절묘하게 다른 페스티벌들과의 일정 중복을 피해간 이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올 해 페스티벌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장소(베뉴) 문제도 오타디움은 곽개 투표로 해결하였따. 기존의 잠실 주경기장은 공사로 인해 이용할 수 없고, 예전에 Acardia Korea 개최지였던 그 앞의 넓은 주차공간을 베뉴로 이용할 경우 오타디움의 색깔을 살릴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난지한강공원과 잠실과의 베뉴 투표를 실시하였고 이에 따라 난지한강공원으로 올해의 베뉴가 결정되었다. 잠실이 접근성 외에는 올해 이점이 없어, 사실상 '답정너'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벤트에 참여할 관객들의 의사를 많이 반영하려고 하는 노력과 어디가 어딘지 모두 알고 있는 장소 투표 하나에도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디테일은 페스티벌의 매력도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월디페는 두 페스티벌에 비해서는 올해 평탄한 준비과정을 겪고 있는 듯하다. 올해도 이제까지 월디페를 빛내는데 많은 공헌을 한 Q-Dance 팀을 섭외하는 데 성공하였꼬, 국내 레이버들이 가장 보고싶어한 아티스트 중 하나인 ODESZA를 섭외하였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것도 Live Set으로 말이다! (BEPC 김은성 대표에 따르면 Live Set으로 섭외하는 경우 개런티가 DJ SET과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훨씬 많이 붙는다고 한다.) BEPC의 섭외력, 아티스트 및 씬에 대한 관심과 연구, 그리고 소통능력은 나날이 발전하는 듯하다. 4월 말에 BEPC 주최로 열리는 올해 첫 서울랜드에서의 페스티벌, Strike Festival의 경우에도 이례적으로 가격을 대폭 하락하여 수요를 끌어들이는 시도를 감행하기도 하고, 타임테이블이 발표된 후 관객들이 SNS 채널에 Third Party Live 무대의 공연 시간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했을 때나, 올해 처음 제대로 베뉴로 운영되는 서울랜드 스테이지 공사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걱정을 표했을 때, 이에 BEPC 김은성 대표님이 명쾌한 답변을 주기도 하였다.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관객의 목소리를 듣는 페스티벌이고,
이는 의문이 드는 사항과 아쉬운 점에 대한 피드백 제기에 대해
얼마나 직접적인 답변을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라인업과 기획 면에서도
 가장 유명한, 가장 빅 네임의 아티스트들을 부킹하는데에만 집중하는 페스티벌보다 해당 페스티벌만의 특색으로 관객들에게 꾸준히 어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랑받는 탄탄한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비단 SM 드림메이커와 VU Ent. 그리고 BEPC라는 탄탄한 국내공연기획사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이라서가 아니라, 이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 운영의 미흡함을 대처하고 보완하는 방식, 각자의 페스티벌 이벤트에 부여하고 있는 철학 면에서 높이 사야 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페스티벌보다 스펙트럼, 오타디움, 월디페, 이 세 가지 페스티벌들을 더욱이 응원하게 되었다.


페이스북이 돌아다니는 짤  중 하나로 글을 마무리한다. 만세!

문화/공연 기획을 꿈꾸는 25세 대학생.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직접 경험한 후 소비자, 관객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푹 빠져서 즐겼던 기억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BRUNCH @jjason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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