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만든 나의 이야기
글은 혼자 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수십 개의 댓글을 받으며 나는 알게 되었다. 내 글은 나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로 완성된 이야기였다. 하루의 새벽을 깨우며 올린 글 한 편, 그 밑에 달린 이웃의 짧은 한 줄이 내 다음 글의 불씨가 되었다. “오늘도 작가님의 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나는 마음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켜지는 걸 느꼈다. 그 빛은 곧 또 다른 문장을 태어나게 했다.
36년간 소방관으로 살며 나는 생명을 지키는 일의 무게를 배웠다. 그리고 은퇴 후, 글을 통해 마음을 지키는 법을 배웠다. 불길을 다루던 손이 이제는 문장을 다루고, 현장의 무전기 대신 댓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과 연결된다. 이것이 내 인생의 두 번째 바통이었다. 댓글은 나에게 ‘또 다른 교신’이었다. 누군가는 “작가님의 글을 읽고 울었습니다.”라고, 또 누군가는 “오늘 제 마음 같아요.”라고 남겼다. 그 한 줄 한 줄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댓글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내 글을 다시 성장시키는 ‘순환의 힘’이었다. 나는 이 책에 그 힘을 담고 싶었다. 글을 쓰는 나, 글을 읽는 당신,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따뜻한 대화. 그것이 내가 경험한 가장 인간적인 문학이었다.
댓글은 단순한 글 아래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문장이었다. 어떤 날은 내 글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었고, 또 어떤 날은 이웃의 댓글이 나의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빌려 글을 완성해 갔다. 나는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소통’이란 말의 의미를 다시 배웠다.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을 꺼내는 작업이었고, 댓글을 읽는 일은 그 마음이 닿았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댓글 속에서 나는 글의 방향을 찾고, 글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글과 댓글이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 반사되며,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때로는 격려가, 때로는 진심 어린 조언이 내 마음을 흔들며 새로운 문장을 이끌어냈다.
이제 나는 안다. 글은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자라나는 생명이라는 것을. 댓글은 그 생명에 물을 주는 손길이었다. 이 책은 그 따뜻한 손길들의 기록이다. 당신의 한마디가 나의 하루를 바꾸었고, 당신의 응원이 나의 글을 자라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은 결국, 우리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