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은 루틴이 나를 다시 세운다

by 기공메자

퇴직 후의 삶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그 고요함은 처음에는 달콤한 쉼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흔드는 낯선 정적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이 나를 불러 세워주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내가 나를 깨워야 했다.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주는 해방감 뒤에는 작은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


나는 이 시기에 비로소 깨달았다. “퇴직은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기초공사다.” 기반 없이 위에 무엇을 쌓더라도 결국 무너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기반이 바로 루틴이었다. 루틴은 반복이 아니다. 루틴은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잊지 않게 해주는 정신적 나침반이었다. 사람은 다짐으로 변하지 않고, 반복으로 변한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이 기억할 때 비로소 습관이 되고 정체성이 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100일 챌린지였다. 겉으로는 단순한 운동 인증이지만, 내면에서는 나 자신과의 조약이었다. “오늘을 버티면 내일의 내가 하루 더 단단해진다.” 이 마음 하나로 100일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사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아픈 날도 있었고, 하기 싫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하기 싫음’이 삶의 방향을 바꾸도록 내버려두면 결국 내가 나를 잃게 된다. 그렇게 하루를 무너뜨릴 핑계가 쌓이면 일상을 세우는 힘은 점점 사라진다.


100일이 지나고 챌린지를 주관한 블로그 글친구로 부터 받은 우수상 상장은, 단지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다시 살아 있는 나를 확인시켜 준 증표였다.


무엇보다 더 큰 변화는 부부의 삶의 리듬이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매일 저녁 아내와 함께 소양강변을 걷는다. 하루 동안 서로에게 묶여 있던 말들이 걸음에 맞춰 흐르게 된다. “오늘 수고했어요.” “괜찮았어. 당신은?” 이 짧은 대화는 고단한 하루를 풀어주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삶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순간에서 다시 살아난다. 나란히 비치는 두 개의 그림자가 때로는 멀어지고, 때로는 겹치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부부이고, 그게 인생이다.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행복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힘’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루틴이다.


<독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삶이 무너지는 이유는 거대한 실패가 찾아와서가 아니라 작은 습관을 잃어버리는 순간부터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복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성공이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 하루 10분의 산책, 5분의 감사일기, 잠깐의 스트레칭 같은 지극히 사소한 실천이 우리를 다시 일으킨다. 오늘을 지키는 사람이 내일을 세운다. 루틴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당신도 오늘 단 하나의 루틴을 세워 보라. 작은 줄 하나를 붙잡으면 삶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작은 끈이 결국, 삶 전체를 단단히 붙잡아 준다. 꾸준함은 재능을 이긴다. 루틴은 결국, 우리 자신을 구원한다. 오늘의 한 걸음이 미래의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당신의 삶에도 오늘, 작은 루틴 하나가 시작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블로그 이웃의 공감 댓글>

이제 막 부부로 10년을 살았는데,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이 있던 요즘이었습니다.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살아가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소양강변을 따라 서로의 그림자를 보며 걷는 길. 서로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동반자이자 루틴, 동행가이기도 하네요. 소중하고 귀한 삶의 여정의 여행길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답글>

따뜻한 마음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양강변을 함께 걷는 시간 속에서 저도 작은 행복을 배우고 있습니다. 부부로서의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10년도 서로의 걸음에 맞춰 걷는 길이 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1화시작의 힘을 믿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