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예순하나, 나는 여전히 배움의 길 위에 있다. 평생을 소방관으로 살아왔고, 쉼 없이 달려왔다. 재난 현장은 늘 긴박했고, 생사의 경계에서 싸우는 일은 내 일상의 중심이었다. 그 속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돌아볼 겨를조차 없었다. 살아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시간들이었다.
그런 내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글쓰기는 내 삶과 무관한 먼 세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한순간에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 삶을 멈춰 세워 바라보게 되었다. 의식과 싸우는 병상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다. “나는 누구였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질문이 내 삶의 두 번째 시작이 되었다.
몸이 회복되자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붙잡기 위해 쓴 글이었다. 쓰면 쓸수록 희미했던 내 안의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2022년 1월, 춘천소방서장으로 부임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마음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대면 소통이 어려웠지만, 글은 마음의 거리를 좁혀 주었다. 직원들은 짧은 글 하나에도 위로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나를 다시 쓰게 했다.
블로그를 시작했고, SNS를 통해 많은 글벗들을 만났다. 하루 한 편의 짧은 글이 내 일상이 되었고, 그 일상은 나를 조금씩 다른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색은 나를 성장시켰고, 성장한 내가 다시 글이 되어 돌아왔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고난의 글쓰기'였다. 힘들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다시 살아났다.
3년의 시간 동안 나는 전자책 세 권과 종이책 두 권을 출간했다. 그리고 수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정식 등단의 기회를 얻었다. 남들이 보면 특별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아주 작은 첫발이 만든 결과일 뿐이다. 작은 글 한 줄이 쌓이면 한 권의 책이 되고, 작은 시작이 쌓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
나는 그 사실을 몸으로 증명했다. 이 모든 경험은 내게 단 하나의 메시지를 남겨 주었다. “멈추지 않으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 나는 그것을 살아서 확인했다.
<독자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당신이 오늘 망설이고 있는 그 시작, 사실은 이미 당신 안에서 오래전부터 준비된 변화일지 모른다. 새로운 삶은 거대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선택, 단 한 줄의 기록, 단 한 걸음의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선택이 내일의 당신을 만든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멈춰 서지 말고, 오늘 당신의 손에 쥔 작은 씨앗 하나를 심어라. 그 씨앗이 모여 당신 인생의 숲이 될 것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첫걸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당신의 시작은 오늘도 유효하다.
<블로그 이웃의 공감 댓글>
저의 인생 좌우명 중 하나가 '인생사 새옹지마' '전화위복'이 있어요.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위의 말들을 떠올리면서 잘 극복했던 것 같아요. '뇌출혈'이란 고통이 작가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주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것 같아서 '전화위복'이란 말이 떠올랐어요. '작은 일들이 쌓여서 큰일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 공감되고,마음에 와닿아요. 좋은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작가의 답글>
‘인생사 새옹지마’와 ‘전화위복’, 정말 깊은 뜻이 담긴 좌우명이네요. 힘든 순간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이겨내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저 역시 뇌출혈이라는 큰 고비가 제 삶의 전환점이 되었고, 그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더 의미 있게 살아가게 되었어요. 공감해주시고 따뜻한 말씀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함께 나아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