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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초병(4)

'인생은 꽈배기 가끔은 꿀꽈배기'

by 장정법


《만화가 쉬울까 글쓰기가 쉬울까? 》

벌써 세 권의 출간책을 내고 잡지사에서 요청한 기고문과 인터뷰 글을 써 왔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작가란 말을 듣기엔 부끄럽고 거부감이 든다. 스스로 완벽한 작가로서의 부족함을 알고있어 그럴지모른다. 어찌되었든 독자는 계속 내 글을 읽고 재미를 느껴주셨으니 멈춤없이 이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했는지 모른다.

‘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을 먹어야 해’란 에세이 책을 통해 처음 그림작업을 책에 포함했다.

내 그림은 디지털 작업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 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요즘처럼 아이패드로 멋지게 그림을 그려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을 보면 신기하고 부럽지만

레트로 스타일로 조선시대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전자의 작가들 또한 내 그림을 부러워할지 모른다.

조선시대 중기를 거치며 우리 조상들은 자연이나 현실의 사실 혹은 실재 따위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는 리얼리티적 작품을 많이 내놓으며 글을 읽지 못하는 평민들도 그림을 보며 재미를 만끽하였다. 마치 아래의 오래된 고전 ‘충렬록(그림 아래)과 같은 그런 느낌을 줄 책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런 의도에서 나 역시 그림이란 선택을 포함해 직접 손으로 그리고 물론 펜으로 쓴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한글워드를 쳐서 지금 이 책을 완성시키고자 한 것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긴 글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듯하다. 책을 중간정도 읽다보면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건 주위에 재미있는 볼거리 읽을거리 청각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신문기사도 길면 일단 중간에서 건너뛰고 마지막 결론만 읽는다. 다른 읽을거리에 대한 기대심과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떻한가 예전엔 극장에서 지루하던 지루하지 않던 처음 들어가면 재미를 떠나 끝까지 영화를 감상해야하나 요즘은 중반즈음지나 전개가 부진하면 더 이상 기다림없이 자릴 박차고 나가기도 한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 전개되는 시간을 조금더 빨리 보고싶은 시청자는 타이머를 몇 배속 빠르게 돌려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본다.

TV 역시 어느 프로에서 잠시 광고를 하면 대게 광고를 보려하지않고 채널을 옮겨버린다.

그래서 광고를 내보내는 프로그램은 ‘채널고정’을 외쳐보지만 이미 시청자의 손가락은 채널을 돌렸다.

이 책도 글만 잔득 있었다면 진지하게 글을 읽어 줄 독자가 있었을까? 대단한 문학적 소질을 가진 글이 아니어서 읽는 독자에게 미안한나머지 그래도 재미를 주어야겠단 생각에 그림을 그려 넣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누가 나에게 만화가냐고 묻는 경우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만화를 배우거나 연재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선뜻 만화가라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내 책을 선택해주신 분들게 대한 감사의 표시라도 드릴겸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렇다면 글쓰는 것은 쉽냐라고 묻는다만 솔직히 글쓰는 것은 가장 극심한 고통이고 어려운 작업이다. 엉덩이의 힘이 좋아야 한다는 말처럼 글을 쓰기 위해서 엄청난 체력단련이 요구된다.

글은 써질때와 안써질때가 있고 한번 시동이 걸리면 탄력을 받은대로 밤을 새 작업을 할때도 있다. 마음에 들지않는 글이 대부분이라 몇 일뒤 써놓은 글을 보면 너무 부끄러워 다시 지워버리기까지한다. (소설같은 시나리오를 가진) 긴 글을 쓰고 싶지만 그건 희망사항일뿐이다.

다만 독자에게 잘 읽히고 독자에게 재밌는 글, 즐거운 글을 쓰고 싶다.

짧고 간결한 산문이면 더 좋고 미약한 그림솜씨가 눈요기에 필요하다면 앞으로 계속 그려 볼 생각이다.

다시 누군가 나에게 만화가 쉬운가요? 아님 글쓰기가 쉬운가요?를 묻는다면 물러섬없이 대답할 자신이 있다. “둘 다 지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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