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붉은 장미꽃 비가 내려야 해요'
《나의 삶은 그 자체가 오락이었네》
소나무 숲속 한가운데 탑이 하나 세워져 있다.
송림 숲에 무슨 사찰이 있었나 하고 가까이 가보았다.
큰 탑 위에 이상한 모자를 덮어 쓴 석상이 보인다.
복장은 분명 양복을 입고 팔짱을 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처는 아니다. 비문(碑文)은 ‘송림처사 경주 최공 봉조(鳳祚) 유적기념'이라고 적혀 있다. 그 아랫단에 적혀있는 '三生餘年 精誠으로 육성하신 송림 유적....'이라는 글귀로 미루어 보아 지금의 솔숲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쳤다는 최봉조 선생의 유허비(遺址碑)인 듯하다.
영문을 읽다보면 'Hermit'란 단어는 은둔자 또는 세속을 버린 사람을 말하는데 기독교에선 이 단어를 '사막에서의 삶'또는 수도자라 말하기도 한다.
혹시 세속을 떠나 송림숲으로 은둔하신분일까?
탑 주변을 돌아봐도 탑을 소개하는 아무 설명이 없어 아쉬움이 크지만 이 울창한 바다 송림숲에서 이런 신기한 보물을 찾았다는 감동이 밀려왔다.
마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내 귓가에 이렇게 속삭이며 말하는 것 같았다.
"나의 삶은 그 자체가 오락이었으며 끝없는 신비로움의 연속이었노라 오늘도 참 아름다운 하루였구나."라고
-A Drama of Many Scenes and Without an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