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날은 헛되지 않았다.

by 정 은 작가

내 모든 날은 헛되지 않았다.

엄마라고 처음 말한 날

두 다리로 처음 아장아장 걷던 날

국민학교 입학하던 날

그리고 대학교 졸업하던 날

그 모든 날이 내 부모의 가슴과 머리에

기억된 날일 테니.

내 모든 날은 헛된지 않았다.

내게 첫사랑이 생겨 잠 못 이루던 날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던 날

만나고 헤어짐이 서툴러 매듭짓지 못한 날

그 모든 날이 그와 나의 가슴과 머리에

기억된 날일 테니


내 모든 날은 헛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던 날

그 아이가 엄마라고 내게 처음 말한 날

처음 내 손 잡고 다리에 힘주며 아장아장 걷던 날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그리고 지금 헐렁한 교복을 입고 있는 모든 순간이

나의 가슴과 머리에 기억될 테니


내 모든 날은 헛되지 않았다.

살기 바빴던 그 모든 날에도

붉은 수건을 둘러도 보았고,

양초를 손에 잡아도 보았기에 감히 말하고 싶다.

내 모든 날은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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