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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은 작가 Apr 12. 2016

미안해라는 말을 하기까지의 변명

미안해

미안하다

엄마가 미안해

...

출근길 전철 안에서 시간을 쪼개가며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어제보다는 더 성숙한 나를 꿈 꿔보기 때문이다.

짬을 내어읽은 책들은 나의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즉 '아침에 읽은 문장과 단어들로 전투태세를 갖춰야지.'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놓고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있는 아직 전투가 무언지 실감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비겁하게 잔소리라는 돌멩이들을 던진 것인지...

그러한 비겁한 나의 행동에 대해

애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 처세 관련 책들에서는

"넵, 알겠습니다."라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교묘한(?) 화술만 알려주는 책들에서 나는  힐링 받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런 내 대답에 힐링을 받았을까?

"응, 알았어. 알았다니까!"라는 대답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내가 얽히고 설혀있는 조직에서는  싫은 소리를 듣지 않고 인정받기위해  교묘한 사과라도  잘도 하면서...


내 아이들은 나의 사적 영역의 소유물이 아닌데...


그 약하고 약한 아이들 앞에서는 여제처럼 깃을 세운 망토를 걸치고, 근엄의 막대기를 들고 두꺼운 가식의 화장을 하고 아침마다 우리집 계엄령을 선포하는지...


가장 투명하고,

가장 사람답게 지낼수 있는 곳이 아이들과 내가 있을 우리 집인데...


친정엄마가 내게 사과하지 않는건,

늙어서 꼬장꼬장한 고집을 부린다고 치부하면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는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엄마를 우습게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내 방어적 변명!


오늘 아침에 읽은 힐링 에세이들보다

지금 내게 힐링이 된 건

"엄미가 미안해"라는 내 전화에

그저 "응"이라고 답해주는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엄마가 미안해...

늦은 사과 받아주고 이해해줘 고마워.

엄마가 유치해서 진짜 미안해.

삶에 적용하지도 못하는 책 좀 읽고서는 "미안해"라는 사과를 하기까지 변명이 많아서 미안해.

엄마는  "사랑해"보다 더 어려운 말이 "미안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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