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 은 작가 Aug 22. 2016

안전 퇴사

퇴사를 앞두고 생각이 많아졌다.

한때 이 자리에 있고 싶어 그리 간절히 꿈 꿔었는데, 지금 나는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안전 퇴사를 꿈꾼다.

드라마에서 보듯 상사의 면전에 "턱"허니 사직서를 올려놓고 싶어도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

돌고도는 인생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데 굳이 나에 대한 악감정을 갖게 한 후 이 조직을 떠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일전에도 말한 바 있는 최소한의 예의를 찾으며 소심한 소시민적 생활이 뼛속까지 배어 있는지도 모른다.


큰 용기를 가지고 간절함의 끝이라 생각하고 조심스레 퇴사 면담을 했다.


"저는 이 조직이 싫습니다."

"이 조직에 제 열정을 받쳤지만, 승진에 대한 비전이 없어졌습니다."

"제 적성과 무관한 업무가 싫습니다."

라고 소리 내고 싶었지만, 학업만을 이유로 퇴사 이유를 밝혔다. 역시나 나는 소심한 예의에 대한 평가 쟁인 것 같아 속이 탔다.

사축으로 사는 회사원이 적성을 찾고 인사에 대해 운운한다는 건 쉬이 꿈꿀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걸 안다. 참고 또 참으면 캔디처럼 멋진 왕자가 회사 안에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인사고과에 정성적 평가에 적용이 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에서 늘 수동적으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만 하기에는 나를 포함한 미생들은 이 시대의 변수를 너무 많이 보았다.

IMF,911 테러,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통령의 죽음, 세월호 사건...

사건과 사고의 확률에 내 운명이 늘 피해 갈 거라는 건 로또를 바라는 만큼 당돌한 꿈이 되어가고 있지 않을까?

입사할 때는 이 조직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나'라는 자원을 아낌없이 드리겠다고 했지만, 퇴사를 준비하는 지금은 이 조직에서 내 뼈와 살점을 더 이상 뜯어먹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이러니한 퇴사 소감을 가지고 있다.

대단한 인사가 아니라, 나 한 명 퇴사하는 것이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윤을 남기는 조직은 저렴(?)하게 부릴 수 있는 숙련된 직원이 아주 조금은 아쉬운지 쉬이 퇴사를 허락하지는 않는다.

향후 나의 평판에 대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 달 반 이전에 퇴사 의사를 밝히며 업무 인수인계를 나 홀로 준비하고 있다.

안전 퇴사를 위하여!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의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