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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에이 Nov 15. 2019

57. 주목,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우리 동 입구에 서 있는 주목나무.
빨간 열매가 아이들 장난감 목걸이 만드는 비즈 같다.

조금씩 읽고 있는 나무의사 우종영 작가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에도 주목나무가 등장한다.


오래된 나무는 대부분 속이 비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태백산 산자락에 살고 있는 주목나무들이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주목나무는 세월이 흐를수록 속을 비워 몸 안의 빈 공간을 넓혀 간다. 한 겨울 세찬 바람이 불 때 태백산에 오르면 주목나무에서 오래된 퉁소 소리처럼 깊은 울림을 들을 수 있다. 속이 비어 있어야만 들을 수 있는, 영겁의 세월이 만들어 낸 소리다.

          - 주목나무에게서 잘 내려오는 법을 배우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중.


세월이 흐르며 썩어간 빈 공간에 작은 들짐승과 곤충들을 품는다는 주목나무.
태백산 자락에 250ha 정도의 군락지가 있다는데, 천연보호림이라고 한다.

매년 겨울 눈 쌓인 모습을 보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제일 어울릴 거 같다고만 생각한 나무가 이렇게 고귀한 녀석이었다니. 그나저나 이 자리에서 천 년을 살 수 있을까. 그전에 이 아파트가 재개발될 텐데. 천 년의 세월에 비하면 지금 이 녀석은 갓난쟁이에 불과하단 말인데. 모호한 책임감이 생긴다.

이 나무의 꽃말은, 고상함, 비애, 죽음이다.
에고, 멋지고 짠한 녀석.

이제 지나가며 볼 때마다 다른 시선으로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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