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하고 있는 것, 가지고 있는 것, 먹고 있는 것을 남들보다 병적으로 고수한다. 익숙함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의 포근함(?)을 어릴 때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몇 년째 쓰고 있는 핸드폰, 몇 년째 연차를 내고 방문하는 여행지, 하고 있는 운동, 절대 변할리 없는 옷 스타일, 신발 등등 내 자체였다. 내 스타일과 취향이 확고하고 이렇게나 나에게 잘 어울리는데 다른 결에는 시선을 두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이 안정감의 포근함을 벗어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얼마 전. 단조로운 이런 내가 지겨워져 평생 사본적 없는 색깔과 스타일의 상, 하의를 샀다. 평소의 나라면 할 수 없는 소비임에 분명한데,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몇 년 전 이영자가 나와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과거 어떤 물의로 인해 한동안 TV에 나오지 않았을 때, 본인 주변의 모든 것을 바꿔보기 위해 매일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왔다 갔다 해보고, 강아지도 키워보고(단순 재미로 키워보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기억한다.) 별 걸 다 바꿔봤는데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핸드폰 메모장에 내가 하지 않았던 일을 리스트업 해본다. 앞으로 할 일은 그 메모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