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비교해 보는 이탈리아의 팁 문화
요즘 가장 핫 한 이슈가 아닐까 싶다. 특히 미주 쪽으로 여행 가면 당연하게 내야 되는 팁 문화.
캐나다에서 살았을 때는 정말 거지 같은 서비스를 받지 않은 이상에서야, 서버와 이야기를 한 마디만 해도 서비스받은 걸로 쳐서 반 강제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었다. 그래서 내 딴에는 음식값이 원재료 값이라고 치부하고, 세금 붙고 팁까지 대략 계산해서 외식하는 습관이 있었다.
요즘 캐나다 레스토랑에서는 20프로에서 25프로는 내야 한다. 테이크 아웃일 때는 10프로에서 15프로만 줘도 괜찮다. 테이크 아웃일 때는 당연히 안내도 되는데, 음.. 서버의 성격에 따라서 눈치는 줄 수 있다. (서버도 팁 받으려고 영혼을 파는 친구도 있고, 오히려 부담스러워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밥 잘 먹고 5프로 미만으로 내면 엿 잡수라는 뜻이고, 팁을 아예 안 내고 가면 삶이 심심하니 한번 싸워보자라는 뜻을 내포한다. 한인 식당도 마찬가지이다. 십여 년 전 밴쿠버 한국인이 하는 식당에서, 시킬 건 다 시키고 음식 값만 내고 홀랑 가버린 한국 아저씨... 식당 서버 한국 아주머니가 눈썹 휘날리게 따라가 그 아저씨한테 왜 팁을 안 주고 가냐고 불 같이 화를 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다.
[2024년 업데이트]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가게에는 대놓고 통을 내밀며 팁을 달라고 하더라. 영수증도 주질 않으니 Coperto(코페르토)가 포함된 가격인지 아닌지 확인 불가였다. 내 앞에 있던 한국 관광객들은 찝찝한 얼굴로 2유로를 내고 갔다. 나는 '미안, 캐시 안 가지고 왔다.'라고 버팅기니 서버 얼굴이 구겨져서 돌아갔다. 몇 년 전에 내가 이탈리아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24년도 되고 나서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해지니, 마치 요즘 한국 가게들처럼 원래 팁 문화가 없는데 억지로 만드는 추세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처럼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정말 끝내주는 서비스를 받았거나, 음식이 너무 맛있었으면 팁을 내도 된다. 다만, 팁 내야 될 때는 일 인당 최소 5유로 이상 내야 한다. 특히!! 캐나다 이탈리아 둘 다 절대로 잔돈으로 팁을 내지 말길 바란다!! 5유로 미만 몇십 센트 잔돈으로 팁이라고 내면, 안 주니만 못하게 표정이 썩어있는 서버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서버가 필요 없이니 그냥 다시 가져가라고 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대부분 식당에서 왜 팁 문화가 없냐면,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먹을 때 손님은 Coperto(코페르토)를 낸다. "코페르토"의 이탈리안 사전적 의미는 식탁에 까는 '커버'를 의미한다. 음식점에서 'coperto'는 테이블에 앉을 때 인원당 지불해야 하는 기본적인 서비스 요금을 가리킨다. 통상적으로 '자릿세'라고 부르면 되겠다.
나폴리 레스토랑에서는 보통 일 인당 2유로 정도가 붙는다. 관광객이 99프로인 소렌토 포지타노등 아말피 지역에서는 일 인당 3.5유로 까지 붙었었다. 로마나 밀라노도 보통 일 인당 2유로 정도 붙었던 것 같다. (당연히 관광객이 집중된 곳이면 더 비쌀 수도 있다.)
음식을 포장해서 가면 당연히 자릿세는 없으나, 얇은 기본 비닐봉지값은 붙는다. 나폴리는 봉투 하나당 5센트에서 10센트 정도 받는다.
(참고로 캐나다는 플라스틱 없애기 운동으로 2022년 말부터 모든 가게에서 비닐봉지를 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종이 가방을 사야 되는데, 이게 정부에서 환경 문제 때문에 무조건 종이 값 따로 받으라고 가게마다 공지가 내려온 거라, 불평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섣불리 가게에서 난동 부리시지 마시길.)
아참참. 이탈리아에서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해 놓고, 막상 받으니 마음이 바뀌어 레스토랑에서 먹고 있으면 자릿세를 안 냈기 때문에 가게에서 쫓겨날 수 있으니 명심하자. (실제로 그런 관광객이 더러 있다고 들었다.)
[2024년 업데이트]
호텔 팁도 비슷하다. 이탈리아에 사는 거주 인이라면 거주 시를 벗어나면 하루 당 2유로씩 더 내는 건데, 보통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관광객일 테고, 일반적인 동네보다는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장소에서 보통 투어를 할 테니 서비스가 괜찮았으면 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최근에 소렌토에 놀러 갔다가 백인 부자 할머니가 덜컥 300유로를 발레 파킹 직원에게 주는 걸 이 두 눈으로 목격했다...!
나는 보통 이탈리안 남편이 내는 편이라 팁을 안내서 쫓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요번에 호텔 팁 말고도 통역 서비스도 팁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 보니, 앞서 말한 것처럼 몇 년 사이에 이탈리아에도 캐나다나 미국처럼 팁 문화를 억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인 것 같더라.
아, 참고로 캐나다는 호텔 나갈 때 팁을 내고 꼭 종이에도 청소 팁이라고 써야 한다. 안 그러면 아예 안 가져가더라. 그리고 캐나다는 요즘 한 술 더 떠서 팁을 미리 내는 문화로 가고 있다. 서비스를 받고 내는 게 아니고 기본 10프로에서 15프로 미리 내거나 체크에 써서 호텔 체크아웃 때 냈었다. 돈은 냈는데, 발레 파킹 서비스가 거지 같아서 낸 걸 후회했지만...
여기서 잠깐 배워보는 간단한 이탈리아어 한 문장.
Busta? (한국어로 발음할 때: 부스타) 뜻: 봉투 줄까?
식당에서 테이크 아웃 할 때뿐만 아니라, 마트나 옷가게 등 어디서든 무언가를 살 때 캐셔들이 당신에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 된다.
Sì (씨) 네 / No (노) 아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