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실수 하지 마세요.
저번 결혼식 글에는 일부로 정보글은 덧붙이지 않았다. 일기를 쓰는 것처럼 느낀 점만 나열해 대면 다들 하는 결혼식에 특별함이 없어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결혼식 글에서까지 조회수 노리고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억지로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독립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투자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광고를 내 작품에 억지로 구겨 넣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워워- 돌은 집어넣으시길. 내가 뭐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처럼 인기 작가도 아니고, 이 글도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 될 수도 있지만. 누가 총 들고 옆에 서있는 것도 아닌데 또 결혼식 얘기를 굳이 들고 와서 적는 이유는...!
이탈리아는 이혼을 하지 않은 이상, 시청에서만 결혼하면 나중에라도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몇 년 뒤 돈이 좀 모인다면 결혼기념일을 맞아 교회에서 올리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브런치가 존재하려나 의문이지만, 만약 웨딩 플래너 없이 급하게 이탈리아에서 시청 결혼해야 하는 나와 비슷한 처치의 예비 신부가 있다면 조금은 참고가 되길 바람으로, 또 이탈리아에 결혼식 하러 오는 한국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여 글을 적어 본다.
우리가 결혼식을 올린 회랑은 Chiostro di San Francesco라고 산 프란체스코 수도원 회랑이라고 부른다.
14세기에 건축된 중세 회랑으로, 소렌토의 중요한 역사적 장소 중 하나이다. 이곳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루며, 특히 평온하고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이었으며, 수세기 동안 종교적 의식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중요한 행사 장소로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도 결혼식과 같은 행사로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프러포즈도 여기서 받았고, 결혼식도 여기서 해서 우리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장소이다.
소렌토 여행 갈 때마다 꼭 들리는 곳인데, 항상 미국 커플만 결혼식 하고 있길래 너무 안타까웠다. 이탈리아 커플이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기에는 초대할 수 있는 손님의 수가 60명으로 엄청나게 제한적이라 딱히 인기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거기다 이탈리아 친구들은 대부분 교회에서 결혼식 하지,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시청이 주관하는 결혼식은 잘 안 하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인들은 아마도 거리가 멀어서 못하는 것 같다. 이탈리아에 웨딩 스냅이나 신혼여행으로 많이 오던데,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봐도 소렌토에 결혼하러 오는 한국 커플은 후기를 본 적이 없다. 최대가 60명일 뿐이지, 증인 2명만 채우면 최소 인원은 없어서, 만약 둘 만의 로맨틱한 결혼을 하고 싶다면 여기가 좋을 것 같기도?
언제부터 식을 올릴 수 있지 모르겠지만, 최대 기간은 10월이다. 사실상 10월 말부터는 이탈리아 남부는 한국의 장마 기간과 비슷하게 비가 많이 와서 10월 중순까지가 야외 예식을 올릴 수 있는 멕시멈인 것 같았다.
만약에 당신이 초대한 손님이 많이 없어도, 바로 앞에 유명한 바닷가 마리나 그란데 해변 (Marina Grande Beach)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서 축하도 받을 수 있다. 나는 태생이 샤이한 관심종자라서 내심 좋았다.
그리고 우리가 지내고 있는 시골에 처박혀 있는 시청과는 달리, 외국인이 주된 고객들이라 그런지, 결혼식에 관련해 모든 게 일사천리로 빠르고 정확했다. 외국인이 필요한 서류도 알아서 미리 다 물어보고 준비해 주더라. 이탈리아에서 이런 서비스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그래서 개인적인 별점을 매겨본다면, 5점 만점에 4.8점.
0.2점을 깎은 이유는 단순히 이 글을 읽고 회랑을 마치 디즈니 테마파크처럼 모든 게 새것처럼 관리되어 있을 것 같다고 오해할까 봐. 다른 문화 유적지에 비해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있지만, 여느 이탈리아 문화재가 그렇듯, 군데군데 보수할 곳은 여전히 눈에 띈다. 시간이 지난 흔적도 역사라고 생각하는 나라답다.
미국 커플들처럼 작정하고 웨딩 플래너 껴서 회랑을 꽃들로 화려하게 꾸밀 수도 있지만, 저번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기본 배경이 이미 너무 예뻐서 나처럼 완벽함에 너무 초점을 두진 않은 성격이라면 식장이 초라할까 봐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음악을 깔아도 되고, 안 깔아도 날씨 좋은 날에는 주변 소리가 화음처럼 멋들어지게 만들어진다. 다른 날에 다른 커플이 결혼하는 것도 봤는데, 음악을 틀으니까 확실히 집중시키는 힘은 있더라.
이탈리아 사람이랑 결혼을 한다고 해도, 살고 있는 도시에서 결혼하지 않으면 결혼하는 커플은 반드시 시청 결혼식장 대여비를 내야 한다. 주말과 주중 가격이 다르고, 또 아침(11시 또는 12시)과 오후의 가격이 다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면 이 사이트로 참고하면 된다. (참고로 우리는 이탈리아어로 문의했음)
https://aboutsorrento.com/cosa-vedere/sorrento/chiostro-di-san-francesco/
여기도 물론 현지인과 결혼하는 외국인이 많지만, 배짱부려 투어리스트 무비자로 이탈리아 남부에 왔다가 세 달안에 결혼해서 거주 체류증 바로 얻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나는 이탈리아 남편과 함께 시청 직원과 매일을 싸워서 겨우 세 달 안에 결혼했지, 아마 소렌토 말고 그 시청에서 결혼식까지 올리려고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도 식 잡을 날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통역사도 그렇고 시청 직원도 그렇고 이렇게 빨리 결혼하는 커플은 처음 봤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탈리아 법으로는 결혼식 후 8일 이내에 거주 체류증을 신청하라고 해놓고, 소렌토 같이 외국인들이 많이 결혼하는 시청이 아니면, 결혼 후 결혼 증명서 얻는데도 최소 일주일이 걸린다.
사실상 이탈리아 남부에 오자마자 결혼식을 추진한다고 해도, 여기서 파트너 비자로 결혼하고 거주 체류증 얻어서 살려면, 최소 여섯 달에서 일 년은 넉넉하게 잡아야 될 것 같다. 워킹 비자 관련 거주 체류증은 2년 뒤에 나왔다는 후기도 봤으니,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겠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는 이미 작년 처음 워킹 홀리데에 때, 거주 체류증때문에 이탈리아 행정에 지금도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너무 시달리는 바람에 이번에는 모든 안될 가능성을 대비해 작정해서 플랜 A, B, C, D까지 다 세우고 왔다. 워홀 비자를 갱신해서 일 년 안에 결혼할 계획도 그중 하나였다.
만약 아무 비자도 없이, 이탈리아에서 결혼을 추진했다면 아마 매일 더 불안해하며 살았을 것 같다.
내가 이탈리아 북부나 중부에서 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밴쿠버처럼 모든 인종이 두루두루 섞여 있는 로마나 밀라노와 달리, 나폴리 소도시에서 이탈리아 남자와 동양인 여자 커플은 꽤나 눈에 띄는 조합이다.
작년 내내 나폴리 기차역에 가기만 하면 무조건 경찰에 잡혔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사는 다른 한인들이 무릇 조언해 주듯 "경찰이 검사할 일은 거의 없으니 대충 살아"가 나한테는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거주 체류증이 없으면 이탈리아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 추방 될 위험이 굉장히 높아서, 만약에 가족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나갈 수가 없다. 그러니까 정말 아무 비자 없이 무턱대고 와서 거주 체류증 얻을 계획은 정말 고심해서 결정하길 바란다.
나와 남편은 우리 결혼식에 웨딩 플래너와 양가 부모님 도움 일절 없이 우리가 스스로 다 알아서 준비했다. 한국은 결혼식이 부모님 행사라고 하는 것처럼, 여기 이탈리아 결혼식은 사실 양가 어머님들의 행사인데, 그 이유가 거의 모든 결혼 준비를 어머님들과 함께 하거나, 그들이 결정해 준 데로 따라야 되기 때문이다.
한 때 내가 비혼주의였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나는 항상 "내 결혼식을 내 맘대로 못하면 차라리 안 하고 말래." 주의였다. 남편도 나와 같이 남의 말 듣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초대할 손님을 확- 줄이고, (진짜) 스몰 웨딩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남들의 눈치를 좀 덜 보니까, 과감히 포기할 건 포기할 수 있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처음 우리가 선을 그었을 때, 시부모님께서 많이 서운해하시고 불안해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지 못하면, 바쁜 남편 대신 실질적으로 내가 다 플랜을 짜야 되는데, 이탈리아어도 잘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결국에는 결혼식이 엉망이 될까 봐 조바심이 많이 나셨던 것 같았다.
도저히 안 되는 상황, 예를 들어 부케나 내 헤어 예약, 그리고 시청 직원과 마지막 미팅 같은 불가피한 상황은 시부모님께 도움을 요청드렸지만, 나머지는 우리끼리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항들이었다.
이탈리아 부모는 워낙에 끝까지 자식들 손수 챙기는 문화라서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하다면 언쟁까지도 불 싸지르며, 우리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당부 또 당부를 드렸다.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님으로부터도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애를 키운 적은 없어서 감히 백 프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부모님 눈에는 당신들의 자식들이 몸은 커도 아직도 그 옛날 애기처럼 보일 테고, 바깥세상은 워낙에 흉흉하니 살아계신 생전에 감싸줄 수 있을 만큼 감싸주고 싶으시겠지.
근데 이민을 두 번한 외국인이 볼 때, 이탈리아 자녀들을 보면 그렇게 평생 수저도 혼자 못 뜰만큼 부모님 도움만 받고 살다가 나중에 나이 들어 부모의 울타리가 없어지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나 좀 걱정되긴 하더라. 젊을 때는 젊어서 그래-라고 이해라도 하지. 나이 들면 '나이를 어디에 잡쉈나' 그러면서 노인 공경은커녕 요즘에는 틀딱이라면서 혐오를 넘어 거의 사냥 수준이던데.
그렇다고 처음부터 부모님 마음에 냅다 대못을 박아버리지 말고, 작은 일부터 하나씩 천천히 공들여서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설사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고 결국에 해내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모님도 믿어주시는 것 같더라.
물론 이건 부모 역시 어른이 되었다고 가정할 때의 얘기이긴 하다. 만약 우리 시부모님이 앞 뒤 꽉 막힌 사람들이었다면, 나는 옛 저녁에 다 포기하고 도망갔을 테지. 언쟁도 서로 말이 통해야 할 수 있는 고급 스킬이다. 그나마 시부모님이 열린 마음이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다. 물론 우리 부모님도.
나름 결혼 후기도 많이 듣고 봐서 미리 잘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숨은 복병들이 좀 있었다. 이건 내가 스스로 웨딩을 플랜하고 사진을 보정해서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잘한 점:
1) 식장에 미리 가봐서 드레스와 구두가 어느 정도 불편한지 미리 계산한 것. 다른 커플 결혼 할 때는 이에 대한 정보가 없었나, 뾰족구두에 딱 붙는 드레스 입고 아슬아슬하게 돌길 걷는 사람보고 절실히 깨달았다.
2) 미리 헤어 예약을 한 것. 처음에는 최대한 돈 아끼고 싶어서 메이크업 헤어 둘 다 생각이 없었다. 다른 친구가 최근에 한 결혼식 사진을 봤을 때, 여기 이탈리아 메이크업은 무대화장처럼 너무 세서 백 프로 내 얼굴에 안 어울릴 것을 알았기에 평소에 즐겨하는 화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머리 만지는 손재주는 없어서 할까 말까 좀 고민했었는데, 미용실에서 하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을 보정을 하면서 보니까 아마 생머리였다면, 머리에서부터 힘이 죽어서 너무 평범한 몰골이 됐을 것 같았다.
3) 역시 긴 드레스라서 굳이 구두까지 흰색으로 맞출 필요가 없었다. 결혼식 때만 쓰지 않고 그 이후에도 쓰고 싶어서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 제품으로 굽이 두꺼운 검정 구두를 좋은 가격에 샀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
4) 미리 연한 핑크빛 젤네일로 손톱 관리 한 것. 사진에서 너무 티나지도 않고 맨 손톱이 아니라서 사진에서 고급스럽게 예뻤다.
아쉬웠던 점:
1) 인터넷으로 드레스 주문 할 예정이면 꼭 두 벌 이상 주문 할 것. 그리고 맞는 사이즈 제외 나머지는 환불하면 될 것 같다. 돈 아낀다고 치수만 재서 딱 맞는 드레스를 입었더니, 집에서 피팅 때는 별 문제없었는데, 야외에서 쨍쨍한 해를 받고 사진을 찍으니 몸매 라인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따라서 그날 입을 속옷도 미리 다 체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야외 결혼이라면 나가서 사진 찍어서 미리 체크해 봤으면 좋겠다.
2) 웬만하면 반묶음은 하지 않도록. 다른 결혼사진들 보면 대부분 올림머리만 하길래, 긴 머리는 너무 귀신같을 것 같고, 올림머리는 이미 리본을 사놔서 어울리게 반 묶음으로 했는데, 아차- 사진 보정할 때 아주 애를 먹었다.
드라마처럼 한 컷 찍고 쉬면서 사진 기사랑 어떻게 할지 얘기 나누는 게 아니라, 식을 올리면서 사진 기사가 알아서 연사로 찍는 거기 때문에, (특히 아마추어 레벨이라면) 보통 남자인 포토그래퍼가 머리 디테일까지 챙기기가 어렵다.
앞에서는 예뻐도 뒷모습에서는 머리숱이 없어 횅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잔머리가 사진 보정할 때 한 올 한 올 신경 써야 돼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더라. 반 묶음을 정 하고 싶다면, 리본과 함께 투머치라고 생각했던 반 베일을 올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 뒤에서 찍을 때 횅하지도 않고, 은근히 가리면서 투명도로 인해 답답한 느낌은 안 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결혼식날 신부는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사진이랑 동영상에서는 예쁘게 나온다. 특히 야외에선.
3) 나 신경 쓸 새도 없어서 남편은 결혼식 당일에 아무것도 못 챙겼다. 아무도 터치 안 하겠다 그러니 신나서 자기 편한 데로 다녔는데, 옷도 다림질이 안되어있고, 전날 얼굴 팩도 못하고, 머리도 어정쩡하게 길어서 다듬지도 못했다. 교회가 아니라 시청 결혼식이라 손님들 중에서는 청바지를 입고 올 정도로 프리하게 식을 올렸는데, 신랑조차도 불편하다고 타이 없이 셔츠를 바지에서 빼놓고 식장에 입장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나고 나서 사진 보정하려니 여간 못나 보이는 게 아니다.
그래도 중간에 시부모님이 억지로 시켜서 셔츠는 넣어서 중간부터는 좀 얌전하긴 하다. 어쩔 수 없지, 뭐- 다음 결혼식에는 좀 더 차려입는 것으로! 까먹지 말고 다림질도 미리 해놓을 것.
4) 결혼식 당일에 손톱 주위에 까스러기 체크하고 자르기. 사진 보정으로 충분히 없앨 수 있긴 한데, 알았다면 더 깔끔했겠다 싶다. 왜냐면 결혼식 때 맞잡고 있는 손을 가까이에서 찍을 줄은 몰랐으니까.
5) 일반적인 이탈리아 결혼식 사진은 한국처럼 모든 사람이 모여서 한 번에 찍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결혼사진 구도를 원한다면 미리 포토그래퍼에게 요구해야 한다. 아무리 아마추어라도 30분 전에는 미리 와서 장소 탐험 후 어디에서 찍을지 연구하는 것 같더라. 식 당일에는 정신없어서 뭘 새로 생각할 여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결혼사진에 꼭 뒷모습을 찍던데, 개인적으로 너무 별로다. 이유 중, 첫 번째로 내가 반묶음이어서 머리가 난리 났었고, 두 번째로 사람이 그늘지고 배경이 환해서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더라. 남편은 그걸 미리 알았는지 자기 링크드인 프로필 찍는다고 포토그래퍼 친구 말 무시하고 앞으로 찍었는데, 의외로 되게 잘 나왔다.
너무 아쉬웠다. 다 같이 찍은 사진도 없고, 내가 홀로 찍은 사진도 없어서.
6) 마지막으로, 아마 우리가 거주 체류증과 캐나다 연관되어서 서류 관련 일이 없었으면, 결혼식 끝나고 바로 허니문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다.
결혼식 전에는 결혼식 빨리빨리 해결해야지, 결혼식 때는 캐나다에서 이탈리아까지 와준 친정 챙겨야지, 결혼식 후에는 초대 못한 친척들 및 주위 어른들 한 명 한 명 연락드리고 뵙고 인사드려야지, 예식은 끝났어도 서류 절차는 이제 시작이라, 심지어 돈 아낀다고 결혼식 사진 및 영상도 내가 불철주야로 작업하고 있는데, 작업이 하루아침에 짠- 하고 끝나는지 알고 있는 부모님은 얼른 사진 내놓으라 아우성이시다.
그래서 우리 둘 다 본업에 결혼 관련 일까지 하루 종일 계속하느라 아직도 못 쉬고 계속 일만 하는 중이다.
우리 둘 다 정말 딱 일주일만 일 생각 전혀 안 하고 어디 무인도 같은 데에서 아무 걱정 없이 푹 쉬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다.
돈은 없지만 겨울에 어디 쉬러 가볼까? 잠깐, 그러면 또 휴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