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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Sep 22. 2019

자극

변화를 만들 것인가

오랜만이다. 10인 이상 청취자 앞에서 발표를 했다. 나는 연습 없이 발표를 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고... 연습할 마음과 집중할 생각 없었다. 이것이 예전과 달랐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딱 3초 정도 긴장한 것 같았다. 마이크를 잡고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긴장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연습 없는 발표가 내 입맛에 맞는 걸까? 빨리 끝내 달라는 여러 눈빛만 아니라면 1시간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늦은 저녁이다. 여기저기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의 애잔한 눈빛도 보였다. 나는 아쉬운 마음과 못다 한 내용을 숨겨야만 했었다. 빨리 끝내는 미덕을 실천했다.


학생들의 발표 논문을 듣고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잘 살고 있냐는 이야기부터 요새 무슨 연구를 하고 있냐는 질문까지 다양했다. 학술제가 끝나고, 우리들은 주점에서 술과 안주로 배고픔을 달랬다. 함께한 특별 손님과 새벽까지 달렸다. 지난 대학시절처럼 눈꺼풀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직장인이 간절해하는 불타는 금요일을 보냈다. 술에 취하지도 못했다. 그냥 묘한 기분으로 새벽 택시에 몸은 맡겼다. 눈을 감으니 후배와 선배들의 이야기가 스쳤다.


“너는 딱 교수야. 학생들 생각해서 교수해라.”

“연구 계속해. 요새 뭐하니?”

“학생 때부터 늘 지켜봤지만 한결같네. 이제 학교로 가라.”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텐데. 왜 안 하는 거야?”

"선생님. 저희는 안 갈쳐주나요?"


모두의 응원은 나를 기분 좋게 했다. 대부분 그랬다. 당연히 모교에 교수로 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몇 년 전,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준비까지 했었다. 그러나 나이 먹은 만큼 체력이 변하듯 나의 마음은 변했다. 왜? 모르겠다. 스스로 정의할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안다. 그 답은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는 교육, 연구, 활동을 잘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안다. 충분히 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절하지 않은 게 항상 잡념처럼 반복된다. 간절한 누구에겐 정말 몹쓸 생각일 테다.


오늘 하루, 자극을 충분히 받았다. 나는 두 가지만 추려봤다. 첫째, 나는 연구와 발표를 아직도 좋아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논문 발표를 보고 듣자니 무엇인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둘째,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학생 학술제에서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나 또한 비전문가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나는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잡념이라는 폴더가 열린다. 학생 학술제에서 생각지도 못한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는 자극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또한 받은 자극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자극은 변화가 있어야 진정한 가치가 있는 법. 변화가 무엇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에겐 변화가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쓸데없는 변화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무엇인가 해야 얻을 수 있다. 잡념이란 폴더를 열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야겠다. 그리고 연구라고 이름을 변경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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