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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Sep 29. 2019

10년 지기 벗

Tomotherapy

이 친구 이름은 토모다. 우리의 10년 지기 벗이다. 이 친구는 암환자를 치료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 방사선이라는 놀라운 빛을 뿜어내는 능력이다. 이 친구를 거쳐간 수많은 환자들은 삶을 연장하고 때로는 암을 이겨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 단점이 하나 있다. 주기적으로 넋이 나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쉴 틈 없이 암을 죽이기 때문이다. 요새 많이 힘들었을 테다.


기계도 사람과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없고 일이 많을수록 번아웃을 느끼는 것 같다. 주말에 넋이 나간 친구의 모습을 사진 한 장에 담았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제발 일어나라 토모야. 네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숨은 일꾼들이 옆에 있다. 너를 위하여... 


심폐소생술을 하는 엔지니어라는 의사가 노력하고 있단다. 네가 일어나면 말이야, 상태가 괜찮은지 충분한 컨디션으로 암을 죽일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의학물리사라는 코디네이터도 있단다. 또한 매일 아침 반갑게 인사하고 너와 함께 암을 치료하는 방사선사라는 치료사가 있단다. 항상 너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다오.


아는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지방에 차를 몰고 갔는데. 엔진이 죽었네. 어떡해? 한적한 도로에서 견인차를 불렀지. 근데, 견인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여러 상처와 움직이지 않은 녀석을 보니 꼭 나와 같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폐차를 할 수 없어 그냥 엔진을 교체했지. 상태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잘 달리고 있어.”

“차 하나 가지고 왜 이리 감성 드라마를 찍으시나...”

“너도 내 나이 되면 느낄 거야.”


10년 지기 벗. 걱정하지 마. 조만간 새로운 친구가 너를 조금 쉬게 해 줄 거야. 그때까지 힘내야 해. 너의 사명이고 너로 인해 하루를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암환자가 간절히 너를 기다리고 있어. 명심해야 해. 이대로 멈추면 안 돼. 만일 눈을 뜨지 않는다면 너는 배신자야. 그러니 빨리 일어나서 함께 암을 죽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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