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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Oct 04. 2019

내 작은 파이 한 조각은?

나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 심리학, 철학, 자기 계발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궁극적인 물음과 답을 접하게 된다. 죽음을 앞둔 그때. 가슴이 먹먹한 답변이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죽음이라... 우리는 그 순간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그렇다고 죽음 직전에 나 자신을 알 수 있다는 게 참 허망하고 억울하지 않을까? 작은 책 속에 담긴 글 눈이 띄었다.


“삶이란 마치 파이와 같지. 부모님께 한 조각,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조각, 아이들에게 한 조각, 일에 한 조각, 그렇게 한 조각씩 떼어 주다 보면 삶이 끝날 때쯤엔 자신을 위한 파이를 한 조각도 남겨 두지 못한 사람도 있단다. 그리고 처음에 자신이 어떤 파이였는지조차 모르지. 난 내가 어떤 파이였는지 알고 있단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알아내야 할 몫이지. 난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 이 생을 떠날 수 있단다.” 


죽음 앞에 할머니는 삶을 파이로 비유했다. 각자가 해야 할 몫을 파이 한 조각으로 표현했다. 파이 한 조각에는 제 역할이 담겨 있다. 처음부터 파이는 몇 조각일까? 태어날 때는 여러 파이가 필요 없다. 오로지 아주 작은 자신이라는 파이 한 조각만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며 원하든 원치 않든 자연스레 파이 한 조각씩 배당받는다. 아이에서 청년이 될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랑 닮은 아이들이 생겼을 때, 부모님과 이별할 준비가 될 때. 잠시 멈춰 섰다. 어느 순간 커다란 파이 하나가 생겼다. 중년이라고 부르는 나이에서... 그 후 시간이 흐를수록 파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 둘 사라질 것이다.


볼품없는 작은 파이 한 조각, 덩그러니 홀로 남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것을 제대로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모든 철학자와 현자들은 자신과 지금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아닐까? 나는 누구인가? 작은 파이 한 조각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시간 안에 우리는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고, 지금이라는 이 시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죽음 직전 기분은?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면 무슨 소용 있나? 두려워 벌벌 떨며 소심하게 시간을 흘려보 필요가 있을까?


이런 고민에 대해 할머니는우리에게 힌트 하나를 남겨 주었다.


“네가 어떤 파이인지 알기 위해 죽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단다.”


[인용 글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캐슬러. 인생 수업. 이레,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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