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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Oct 09. 2019

초조 걱정 한숨

초조하다. 턱밑으로 스르르 땀방울 하나가 흘러내린다. 수화기 너머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고함치는 소리도 들렸다. 가슴이 꽉 막혔다. 쉬지 않고 계속 말을 했다. 땀방울 하나가 바싹 마른 입술을 적셨다. 빠르게 늦은 저녁이 흘러가고 있었다.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벨소리만 하염없이 들려왔다. 걱정이 앞섰다.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안 좋은 직감은 틀린 법이 없나? 저 멀리 핸드폰을 들고 걸어오시는 한 분이 보였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무거운 어깨를 로비로 향했다.


환자는 장비가 고장 나서 치료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큰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갔다. 한숨뿐이었다.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많은 명단이 눈에 들어왔다. 정수리가 뜨거워지며 땀방울 하나가 스르르 내려왔다. 초조한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어떻게 잘 말해야 할지 걱정이 들었다. 저 멀리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매일 걱정 없이 치료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신이 아닌 기계의 영역에서는 고장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빠르게 처리해서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하고 자 노력한다. 하지만 기계의 영역에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거나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오늘도 아침을 준비하고 저녁까지 달려가야 할 이유는 행복이라는 하루를 소중한 가치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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