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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Oct 26. 2019

금연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담배 냄새도 싫었는데, 지금은 참 맛나게 펴대고 있다. 끊었다는 표현이 맞나? 아닌 것 같다. 그냥 참았던 담배를 다시 꺼내 물었다고 하는 게 오히려 맞는 것 같다. 올해, 무더운 여름만큼 내게 다가온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했었다. 한 모금 담배연기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아직도 잊지 못하다. 아쉽게도 현재, 담배 한 개비가 내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주듯, 연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허공으로 아주 멀리 사라졌다. 역시, 담배는 백해무익(百害無益)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다르다. 요새 내 몸뚱어리는 계속 지쳐있었다. 피로도, 폐기능 저하, 노화 진행도 등의 결과를 점수를 매겨 정량적으로 평가한다면, 아마도  담배를 끊었을 때와 다시 폈을 때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게 분명하다. 담배에 찌든 것처럼 내 온몸의 세포도 힘없이 고개 숙이고 있는 것 같다. 마음도 그렇다. 한 대 펴고 싶은 초조한 마음과 냄새로 예민한 생각이 내 소중한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다.


가을 남자답게 공원 벤츠에서 사각사각 떨어지는 낙엽소리를 들었다. 한 손에는 작은 책이 들려있었다. 밝은 대낮이라 기분도 마음도 좋았다. 책을 눈앞에 가까이 가져왔다.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이마에 걸쳤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몇 년 전, 나는 지인에게 말했다.

“안경을 왜 벗으세요?”

“글자가 안 보여서.”

“노인네도 아니고”

“너도 금방 올 거야.”

“에잇~ 그렇게 빨리요?”

이제, 나는 그때 그 지인의 나이가 되었다.


담배를 참고, 다시 피우기를 반복했었다. 이제는 좀 결심할 나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 몸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다. 하루가 피곤하다. 애써 무시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인정해야겠다. 지쳐있는 삶보다 하루라도 덜 피한 삶을 찾을 때가 된 것 같다. 참지 말고 끊어야 할 시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고 하지 않는가.


[ 삽화 그림 : 김영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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