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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Dec 25. 2019

크리스마스 선물

“아빠, 나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았다.”

4살짜리 작은 숙녀는 행복해하며 자랑했다. 그리고 나를 불러 다시 말했다.

“아빠, 빨리 씻고 나와.”

오늘따라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나는 작은 숙녀에게 말했다.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아서 좋겠네. 근데, 무슨 선물을 주셨데?”

“그건 비밀이야. 아빠! 빨리 씻고 나와!”


자리에 앉아 못 보던 물건이 없는지 방구석을 훑어봤다. 장난감이 하도 많아서 잘 모르겠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잠자코 앉아 있는 내게 작은 숙녀는 다가왔다. 한 손에는 핑크색 가방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빠! 이제 이쁘게 해 줄게.”

작은 숙녀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핑크색 가방을 열었다.

하트 모양으로 된 이 가방 안에는 아기자기한 것들이 담겨 있었다.

눈을 밝고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아이라인 섀도, 입술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컬러 립밤, 작은 손톱에 화려한 진주를 박아줄 네일 아트, 뜨거운 태양을 막아줄 비타민 선 쿠션, 작은 홍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줄 블러셔와 브러시.


“아빠, 눈 감아봐. 눈 뜨지 말고 가만히 있어.”

“아빠, 손 내밀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아빠, 입술 내밀어봐. 아니, 나처럼 이렇게...”

“아이, 이뻐라. 아빠, 이제 손 내밀어봐 내가 매니큐어 해줄게.”

“아빠, 다 됐어. 거울 봐.”


옆에 있던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이 웃는다.

“아빠! 이상해. 입술이 왜 저래? 징그러워!”

역시, 아들은 남자가 맞다.


핑크색 화장가방을 선물 받은 작은 숙녀는 내게 화장을 선물해 줬다.

크리스마스에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 화려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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