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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Dec 31. 2019

목표를 세우지 않을 테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무섭다. 위를 올려다보니 착잡하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공허한 하늘이다.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린다.

두리번두리번

내가 착지할 곳이 어디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지?


산 중턱에서 시작했다.  열심히 아래로 내달렸다. 어느새 몸은 드넓은 푸른 하늘로 들어갔다.

바람에 이끌려 앞으로 옆으로, 때로는 아래로 움직였다.

내가 바라본, 내가 목표한 그곳은 저 멀리 보였다. 갑자기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린다.

두리번두리번

길을 읽었다. 내가 가야 할 곳 어디지? 멍하니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새해에는 항상 소망하는 목표가 있었다. 명확하고 확실했다. 작은 의구심이 생긴다.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할 텐데. 왜 자꾸 새해만 되면 목표를 정하고 이리 난리 치는가.

누구 하나 나의 목표에 관심 있는 자는 없다. 내 안에 있는 누군가만 관심 가질 뿐.


올해는 목표를 세우지 않을 테다. 두려움을 떨며, 무엇에 쫓기듯이 초조해지고 싶지 않다. 두리번거리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싶지 않다. 그냥 그대로 즐기고 싶다. 좌우, 위아래, 경치를 구경하고 싶다. 분명 떨어질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그냥 느끼고 싶다. 바람이 불어와 내 온몸을 스치는 듯 온몸을 간지럼 타는 느낌, 따뜻한 햇살에 나른한 온기에 졸리는 느낌, 저 먼 곳에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커다란 풍경을 담는 느낌. 있는 그래로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복이란 원래, 하늘의 운이 아니겠는가. 올해 내게 다가올 운은 목표를 향해 무조건 앞만 달리는 게 아니고 싶다. 다만, 내 앞에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싶다. 시간을 쫓아서, 시간에 쫓겨서, 시간에 묶여서, 내가 향하는 그곳 가는 길에 스트레스받으며 나아가고 싶지 않다. 딱 올해는 목표를 세우지 않을 테다. 이것도 목표일지 모르지만, 다짐이라는 표현으로 정하고 싶다. 분명 새해에는 다짐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illustrated by 김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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