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Jan 08. 2020

훔쳐 읽는 맛

누가 옆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궁금해진다.


아내의 책


처음은 이랬다.

출퇴근하는 시간에 전철은 따분한 공간이다. 작은 책이나 들고 다닐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책들이 놓여있는 아내의 화장대

대부분 글밥이 작은 산문이나 시집인 작은 책이다.


새로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방에 책을 살포시 넣고 출근길에 올랐다.

전철에서 아내의 책을 펼쳐서 읽었다.

밥상에서 아내가 말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래서 요새 잔소리가 많구먼.’


책 속에는 작은 삶들이 종이에 담겨 있다. 

읽다 보면

처음 작은 울림은 서서히 큰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가는 글부터 자꾸 궁금해지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책은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감성으로 다가오고 긴 시간 동안 큰 여운을 남긴다.


화장대를 뒤적거리는 아내가 말한다.

“내 책 어디 있어?”

“여기… 다 읽었어.”

이럴 때는 도망가는 게 정답이다.


내 귀에 아내의 문장이 싸늘하게 들렸다.

“돈 주고 사세요! 자꾸 왜 훔쳐 읽어!”

작가의 이전글 첫 행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