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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04. 2020

3부자의 끈이 된 메기 매운탕

“저번에 갔던 메기 매운탕이 먹고 싶다.”

아버지의 말씀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휴가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들이 힘없이 소파에 누워있는 내게 말했다.

“아빠, 오늘 일 안 가세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은 하셨어요?”

“아니”

“아침 겸 점심으로 메기 매운탕 어떠세요?”

“그래 좋다”


온라인 수업 중인 아들에게 물었다.

“아침 먹을래?”

“아니”

“수업 언제 끝나?”

“왜요?”

“메기 매운탕 먹으러 가자”

“둘이?”

“할아버지랑”


늦은 아침이지만 더운 날씨다. 뜨거운 햇살을 가르며 식당에 도착했다. 첫 손님이라 그런지 주인장의 푸짐한 인심에 모자람 없이 배부르게 먹었다. 3부자의 숟가락과 젓가락은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향긋한 미나리에 시원한 매운탕 국물을 드시는 아버지와 미나리를 걷어내며 메기 살을 조심스럽게 발라먹는 아들을 보며, 아침부터 생각해 둔 말들을 도로 집어넣었다. 이런 나를 알아차리는 듯 아버지는 말했다.

곧 죽어도 항암치료 다시 안 받는다


식당 앞 문구 하나, 3부자와 함께 술 한잔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식당 소개는 절대 아니다. 퇴원 후 우연히 지나쳤던 곳이다. 우리와는 다른 기억으로 남길 수 있기에 식당 링크를 걸어본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apic&logNo=221550896828&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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