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굴 속으로
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바람은 불어도 시원하지 않다. 더운 바람과 함께 얼굴에는 땀이 흐른다. 장마철 습하고 끈적거리는 이 느낌은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시원한 동굴을 갈망한다.
나른하고 졸리고 더운 주말 낮에 소파에 한창 누워있었다. 갈망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차 키를 손에 쥐며 가족들에게 말했다. "나가자~"
입구부터 추웠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한 옷을 챙겨 입는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냉장고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앞서 사람들은 개미처럼 굴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뒤에서는 더위를 식혀주는 동굴을 감상하며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원한 냉장고 안으로 더위를 잊은 채 걷고 또 걸었다.
집에 있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깝다. 특히 습하고 끈적거리는 불쾌한 느낌을 주는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이럴수록 어딘가 떠나야 하는 게 정답인가 보다. 그렇게 도착해서 두려움을 안고 걷고 또 걷다 보니 그 불편한 느낌은 찾기 힘들었다. 올 한 해 여름은 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더울수록 더 움직여서 시원함을 찾을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바뀌는 건 절대 없다. 바뀌는 마음이 오히려 우습기만 하다.
잠시나마 시원해서 기분은 좋았다. 오래 지속될 시간은 아니지만 기분전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고마워했다. 오히려 아무런 잡념이 생기지 않아서 더 시원하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춥다. 집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