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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May 26. 2021

13.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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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시라는 햄스터  마리가 있다. 13.2시는 오늘도 출근을 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하품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바로 커피 자판기 앞으로 갔다. 밀크 커피 한잔이 아침밥이다.


매일 하는 일은 똑같다. 그래서 특별한 것도 없다. 13.2시는 준비운동을 했다. 목을 돌리고 어깨를 돌리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허벅지 근육을 자극시켰다. 그리고 준비된 시간을 기다렸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커피 향을 음미하며 바퀴에 올라탔다.


13.2시는 점심시간에는 배가 고프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하지만 늙어서 그런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있다. 다이어트는 절대 아니다. 건강 위험 신호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


머리가 멍하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스트레스로 쌓인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생긴다. 그래도 곧 있으면 집으로 향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기에 참을 수 있다.

13.2시는 달리기 멈췄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In home.


나는 13.2시 햄스터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저녁을 먹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 하루를 살며 생기는 잡다한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매일 다르지만 항상 그곳에 있는 쓰레기를 치웠다. 그리고 다시 씻었다.

사랑스러운 두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하나는 4.2시고, 이제 곧 중2병이 되기 전이다. 아마 벌써 중2병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항상 세상 물정 모르고 유치원 가기를 싫어하는 1.8시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묵직하다. 하지만 4.2시와 1.8시 아이들이 내 눈을 보며 종알종알 말하고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13.2시는 피곤하다. 밥을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오늘을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피곤하다. 소파에 누워 생각해본다.


나의 24시는 곧 오겠지? 80까지 생각해보자. 그래 지금은 대략 13.2... 에구, 중간을 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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