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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12. 2021

여름 상상

마스크가 답답하다. 월요일이라 더욱 그렇다. 선선한 아침이 아니다. 집 앞을 나서자마자 습한 바람이 마스크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이마에 땀이 작게 피어난다.


시원한 전철 안이라도 마스크는 답답하다. 주말을 보낸 후 나의 몸은 천근 만근이다. 그래서 더욱 마스크가 답답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신나는 월요일을 맞이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마스크를 벗고 눈을 감아 본다. 땡볕에 그늘 하나 없는 나뭇잎 사이로 매미가 소리를 지른다.

“이런 미친 코로나~”

떠들어봐야 달라질 것 없지만 그래도 계속 소리를 지른다.


땀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슬리퍼를 신고 그곳으로 달려간다. 발을 담근다. 흐르는 물소리에 차가운 겨울에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올려진 냉장고 문을 열어젖히는 것 같다. 남겨져 있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뽑아 베어 물었다. 이가 시려 자연스레 눈을 찡그린다. 냉기가 발가락 저 끝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순간이동을 한다.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 물에 발을 담가본다.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빛줄기와 가려진 그림자가 왈츠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따뜻하다. 시원하다. 차갑다.

보고 느끼고 맛보는 여름의 시원한 온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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