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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Feb 21. 2019

학생 논문지도

#내가 왜 논문을 지도 해야 하는가?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한테 연락이 왔다. 논문지도를 요청한 것이다. 잠시 잊고 있었던 숙제 아닌 숙제가 생긴 것이다. 나는 학생들의 학문 탐구가 강하게 느껴지면 거절을 못한다. 착한 것인지 아님 호구인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모른다. 그냥 부탁은 항상 부담스럽다.

2004년부터 매 년 1편씩, 지금까지 대략 13~14편 될 것이다. 많이도 했다. 지금, 학생 논문 지도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논문의 ‘논’자도 몰랐다. 진정 나는 이랬다.


내가 논문 쓴 적이 없는데 어떻게 논문을 지도해?’


항상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또한, 지도를 하면 할수록 초라해지는 나를 많이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논문지도>는 대학원을 가게 된 유일한 동기(motivation)가 되었다. 말 그대로 논문을 잘 모르니.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머릿속엔 오로지 ‘논문은 제대로 쓰고 싶다’뿐이다. 하지만, 지금도 어렵다.


내가 왜 논문을 지도해야 하는가?”


이 질문의 답은 첫 째, <의무(義務)>다. 소위 종합(대학) 병원이라고 부르는 곳에 있기 때문에 내게는 이상하리만큼 ‘논문지도=의무’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다.

 두 번째, 나의 <무지(無知)>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고, 부족하다. 학생 논문과 같은 숙제가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이나마 다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험(經驗)>이다. 제대로 된 논문은 쉽게 쓰기 힘들다. 학문적 탐구의 과정에서 느끼는 다양성을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통해서 글과 그래프(그림)로 독자(읽는 자)에게 논리적 납득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가지 반박과 논제를 즐겁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솔직해야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나는 겪었다. 이를 모르는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재미>다. 사실 귀찮고, 또 귀찮다. 요새는 실험도 쉽지 않다. 그러나, 완성된 종이(논문)에 한없이 뿌듯함을 느끼는 건 왜 일까? 연구실적 따위는 필요 없고, 관심도 없다. 또한, 저자의 욕심 더더욱 그렇다. 아예 빼는 경우도 많다. 단지, ‘재미=뿌듯함’ 뿐이다.


고민하지 말고, 달팽이처럼 천천히 생각하자. 그 시작은 논문 리뷰(paper review)부터”

201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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