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Jul 23. 2021

수업계획서

이제 다음 학기 밑그림을 준비해야 한다. 수업계획서를 제출할 기간이다. 수업계획서는 말 그대로 수업을 어떻게 할지 계획하는 것이다. 잘하면 좋겠지만 지금도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이다. 지금은 전처럼 학생들과 교실에서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오로지 인형 하나를 앞에 두고 모니터를 번갈아가며 강의를 녹화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 고민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혼자만의 강의는 이제 익숙해졌다. 교실에서 강의하는 날이 다가오길 바라지만 그날이 오면 오히려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눈앞에 있는 모니터와 씨름하고 있다. 학생들은 오죽할까. 답답함도 이제 일상이 되었다. 참 안타깝다. 그렇다고 안 할 수 없다. 해야 할 일이기에 주어진 환경을 잘 살려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학습해야 할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라도 똑같은 날이 없듯 계획서는 매 번 다르다. 그래서 아직도 모니터를 응시하며 연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보면 볼수록 모자람이 보인다.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거창한 포장을 버리고 알맹이만 넣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하나둘씩 내용이 추가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만 않지만 본연의 역학에 충실하다 보니 할게 많아지고 있다.


수업계획서는 시작이다. 모든 계획이 완벽할 수 없다. 무슨 일이든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그냥 그럭저럭 하면 되지’라는 안이한 생각은 그대로 행동으로 나아가고 상대방을 이를 자연스럽게 간파하게 된다. 겉으론 나타나지 않아도 언젠가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 모든 일이든 시작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동기와 목표를 가지고 몰입해야 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은 뿌연 연기처럼 흩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잘 계획해서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무더운 여름을 지나 시원한 가을을 기대하자.


 

작가의 이전글 그래도 능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