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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24. 2021

새벽

대학시절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저녁부터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다가왔고 졸린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20대는 새벽마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낮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밤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젊은 나의 특권이었다. 새벽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졸업은 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질문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 울림을 주기도 했다. 멍한 머리를 떨구며 책을 봤다. 처음에는 글자 하나하나가 외계언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텅 빈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언어로 다가왔었다. 그렇게 새벽은 걱정과 의심 그리고 작은 희망이 뒤섞인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함께 일하던 친구는 그런 나를 뒤로하고 잠시 눈을 붙인다. 공감하고 동정하는 졸린 눈은 어느새 내 눈앞에 사라져 갔다. 다시 홀로 남겨진 그곳에서 누군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뭐하면서 살거니?”


새벽이란 시간은 그렇게 나와의 싸움이었고 질문과 답이 오고 가는 교실과 같았다. 대답 없는 소리는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아침이 되고 사람들이 하나둘 텅 빈 공간을 채웠다. 세수를 하고 거울에 비친 그늘진 얼굴에는 아직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계속되는 질문에 답은 틀렸고 또 틀렸다. 아무도 정답을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정답을 미리 정하고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답답한 심정을 풀기에는 오히려 이 방법이 좋았다.


“시간을 지배하라.”


낮에는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고, 밤은 내 가치를 집중하는 시간이다. 남과 다른 가치가 분명히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작은 목표를 잉태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더 이상 텅 빈 공간에 질문하는 누군가는 없었다. 단지 책 넘어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새벽은 가치를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지금이 아닌 어느 미래에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멋진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막연하지만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고 멋진 사람과 만나 아늑한 시간을 보내는 상상 했다. 새벽은 내가 만드는 상상의 시간이 된 것이다.

지금 나의 새벽은 있는가.

고민과 희망이 교차하는 공간과 시간이 사라진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과거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은 목표에 이루고자 하는 설레는 마음이 기억나지 않는다. 엄청난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까. 나의 새벽이 다시 올 수 있는가. 모두가 잠이 든 지금은 새벽이다. 지난 과거의 나에게 말을 한다.


“너를 지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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