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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26. 2021

은둔

작은 불빛이 내 눈에 도착했다. 손을 올려 그것을 가렸다. 계속 나를 응시하는 불빛은 내 눈동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나는 달아나려고 애쓰지만 그들은 나를 따라왔다.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달리고 또 달리기 시작했다. 멀어질만하면 어느새 바짝 내 뒤에 붙었다. 힘껏 더 내달리지만 내 앞에 달에 비치는 웅덩이는 나를 쉽사리 보내주지 않는다. 내 발목을 부여잡고 놔주지 않는다. 온몸으로 그들을 뿌리친다. 연신 손과 발을 흔든다.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나를 붙잡는 모든 것들에 나는 지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내가 어디 있는지 누구도 알아서는 안된다. 내 숨 막히는 답답함을 숨죽이고 혼자만 감상해야 한다. 그 누구도 내 거친 숨소리에 귀 기울여서는 안 된다. 내 생각은 그렇게 시작되고 나의 생활은 더욱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 누군가 나를 붙잡아 주기 위해 손을 뻗는다. 애써 외면하며 뿌리친다. 필요 없다. 내 시간과 공간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 오직 나만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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