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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27. 2021

여름 출근과 행복

더워도 너무 덥다. 아침 햇살이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아스팔트에 반사된 빛들이 모두 용광로처럼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는 것 같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수많은 땀구멍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 거린다. 빠른 걸음을 재촉하지만 그럴 수 없을 정도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땡볕에 농부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걷고 있다. 담벼락 사이로 기울어진 그림자 안에는 긴 혓바닥만 내민 멍멍이가 힘없이 쳐다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하세계는 지상과 다르다는 점이다. 햇살이 없다. 아름다운 전기 세상이다. 시원하다가 어느새 차가워진다. 춥다.


꽤 추운데, 이제 그만 나가고 싶다. 따듯한 바깥세상으로 가고 싶다. 그곳은 차가운 얼음을 순식간에 녹일 수 있는 곳이다. 빠른 걸음으로 그곳에 갔다.


선글라스를 끼고 싶다. 눈에 큰 덩어리의 에너지가 들어온다. 눈을 뜰 수가 없다. 쓰고 싶지만 내 가방에는 없다. 참아야 한다. 내 입과 입술 그리고 숨을 옥죄는 마스크도 벗고 싶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흔들거리는 초점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묵묵히 걸어야 한다. 또 다른 시원한 세계로 가야 한다. 행복한 사람이다. 감사해야 한다. 너무 더운 곳에서 시원한 곳으로 그리고 따뜻한 곳으로 이리저리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해야 한다.


지금도 에어컨 없이 또한 선풍기 없이 이 무더위에 방구석 모든 공간에 햇살이 비치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지내는 모든 이들에게 미안해야 한다. 그래도 나에게는 선풍기가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에어컨이 존재한다.


정말 감사해야 한다. 행복한 아침 출근길을 짜증 내지 말고 묵묵히 땀구멍들과 대화하며 걷고 또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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