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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홍 Jul 28. 2021

폭염 속 퇴근길

하루 8시간, 시원한 곳에 있는 것도 행복이다. 이 무더운 폭염 속에서 땀을 흘리는 모든 분들에게 미안한 소리다. 정말 그렇다. 얼마나 더운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지금 이때다.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한 곳에서 일하는 것은 행복이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일 하는 건 사치다. 뜨겁고 따가운 햇살 아래 소리 없이 지친 모든 이들이 생각난다.


밖으로 나온 지 몇 초가 되지 않았다. 불에 달궈진 구렁이 한 마리가 내 온몸을 감싼다. 집이 코 앞이면 참 좋겠다. 어린 마음으로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하지만 축 처진 어깨를 흔들며 그냥 걷는다. 저만치 아주 오래된 산비둘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여름 군장을 메고 행군한다. 머리에서 생긴  방울이 등줄기를 훑고  아래 발바닥에 고인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군화가 젖는다. 철퍼덕 거리며 발바닥에 생긴 물집과 땀이 뒤범벅되어 피부가 하얗게 변한다. 젖은 군화를 벗었다. 젖은 양말을 살살 잡아당긴다. 두툼한  발이 보며 상상한다. 손에 힘을  잡아당기면 흐물거리는 피부를 뜯어   있을지 몰라. 걷다가 쓰러지고 싶다.


여름에는 맨발로 지내는 게 좋다. 특별한 훈련이 없다면 일상이 맨발이다. 연병장은 그야말로 한 여름 동해바다 모래와 같았다. 무좀 생길 일이 없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여름이면 맨발로 걷는 게 자연을 품은 듯한 느낌이라 좋았다.


사람들 틈에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가방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푸른 잎사귀가 무성한 나무를 바라봤다. 시원한 느낌이 든다.


옷이 무겁게 느껴진다. 집에 가는 , 시원한 전철이 있어서 다행이다. 퇴근하는 길도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았고,  이겨냈다. 너무 덥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이겨낼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지쳐있던 자존감을 소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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