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작은 설렘과 부담이 교차한다. 머릿속에 미리 생각해 두는 것들이 많기에 더욱 기대하게 된다. 인간은 남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에 나 또한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것에 욕심이 생긴다. 그로 인해 스스로 만든 계획이라는 상자에 나를 가두기도 비일비재하다. 참 무섭게 자리 잡은 습관은 오늘도 스스로 그 좋은 상자 속에 구겨 넣어진다.
계획은 자주 실패하고 때론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문제는 쓸데없는 계획을 여러 상자로 만들어 오늘은 이곳, 내일은 이곳에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닌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고 있다. 어느 땐 왜 이러나 싶은 정도로 여러 계획을 세우는 나를 보면 짜증이 밀려온다. 미니멀 라이프처럼 여러 상자를 줄이고 오로지 고급스럽고 큼지막한 보물 상자를 내 옆에 놔두면 어떨까.
계획한 대로 진행되면 참 기분은 좋다. 작은 것들이 쌓이면 누가 봐도 놀라워할 것들이 만들어지곤 한다. 그래서 더욱 여러 작은 상자가 내 주위에 생기는지도 모른다. 예전 같으면 이 모든 것들을 모두 해치울 정도의 열정과 추진력이 있었다. 하지만 요새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좋은 건 알지만 가끔 스스로 실채 없는 공간에 옭아매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큰 보물상자 하나만 만들기로 결심했다. 구질구질한 작은 상자가 내 목을 죄는 것에 염증을 느낀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스스로 알고 있다. 이 또한 충분히 하루 또는 일상을 즐기고 살아가는 맛에 문제가 없는 계획이다. 그래서 이제는 더욱 나를 가둬두는 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오늘부터라도 계획을 세우지 않을 것이다. 답답함을 멀리 두고 중요한 한 가지만 남겨둘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습관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