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홍 Aug 16. 2021

시골 담벼락

어제는 빌딩 숲 속에서 걷고 오늘은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시골 담벼락과 마주하고 있다. 내가 머문 공간이 몇 시간 만에 바뀌었다. 공간이 바뀌니 마음이 변한다. 방금까지 답답한 공간과 마음이 같다면 지금은 분리된 것 같은 기분이다.


담벼락 사이에 거미줄이 가득하다. 엉키고 설킨 것 같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 서 보니 텅 빈 공간이 생긴다. 여유 있다고 감성에 젖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공간이 바뀌면서 마음 또한 달라진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내가 머문 공간이 어디냐에 따라 생각할 주제가 달라진다.


특별히 일어나 할 일이 없다. 그냥 동네 한 바퀴 돈다. 낯선 냄새에 고래고래 소리치는 개 한 마리가 눈에 띈다. 한 발짝 걷다 보니 또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조용하게 담벼락에 올라탔다 사뿐히 내려오는 고양이는 나를 노려본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천지 개와 고양이 그리고 닭이 있었다.


담벼락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걷다 보니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당장 뭘 해야 할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걷다 보니 옆에 있던 담벼락 사이로 삐져나온 풀과 잡초가 눈에 보일 뿐이다. 


하늘도 올려다본다. 땅도 쳐다본다. 뭐라고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을 정도로 짖어대는 개도 쳐다본다. 슬그머니 지나가는 고양이와 눈싸움도 해 본다. 그렇게 그냥 그러다 보니 문득 느껴지는 맛이 신선했다. 아침 식사로 시골 공기를 먹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인터뷰와 연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